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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정인이 양모 살인죄 적용 무기징역 "복부 밟아 장기파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상습 폭행·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에 대해서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35)씨에 대해 14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참배객이 정인이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참배객이 정인이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장씨는 피해자를 자신의 분노 표출 대상으로만 삼았다”며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일삼다 마침내 피해자를 살해의 대상으로까지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누구에게나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인 범행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장씨를 일반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함으로써 상응한 책임을 묻는 한편 자신의 잘못을 철저히 참회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부 안모(38)씨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 모인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 모인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안씨에 대해 “양부로서 장씨 및 피해자와 생활하며 장씨의 양육 태도, 피해자의 상태 등을 누구보다 알기 쉬운 지위에 있음에도 학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등 납득할 수 없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며 “피해자를 면밀히 보살피지 않았고, 장씨의 말만 믿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어린이집 원장이 피해자의 악화된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꼭 병원에 데려갈 것을 강하게 당부했음에도 이러한 호소조차 거부했다”며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버린 점을 고려한다면,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입양한 딸 정인이를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애초 장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살인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법의학자와 부검의의 소견 등에 따라 장씨가 복부 손상을 입은 정인이의 배를 또다시 발로 밟아 치명상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장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 장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양부 안씨는 정인이를 학대하고, 장씨의 폭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장씨의 학대 행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관하면서 피해자를 지켜줄 그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징역 7년6개월 등을 구형했다.

16개월 된 정인이를 학대한 끝에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14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정인이를찾는사람들(정찾사)' 회원들이 서울 남부구치소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16개월 된 정인이를 학대한 끝에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14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정인이를찾는사람들(정찾사)' 회원들이 서울 남부구치소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장씨는 최후진술에서 폭행·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이가 잘못되기를 바란 적은 맹세코 없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안씨는 아내의 구체적인 폭행 사실을 몰라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이날 서울남부지법 앞에서는 ‘장씨 부부를 엄벌해달라’는 규탄 집회가 열렸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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