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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꺼져라" 반중정서 부닥친 두테르테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중국, 꺼져버려라."

필리핀의 반중시위대 [EPA=연합뉴스]

필리핀의 반중시위대 [EPA=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의 트위터에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원색적인 비난이 올라왔다. 다음날 중국 정부에 사과하긴 했지만 최근 중국과 필리핀 간 악화된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필리핀 외무장관의 이같은 트윗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양국의 갈등이 점점 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중국은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휫선(Whitsun) 암초 부근에 선박 200여 척을 정박시키고, 분쟁 지역인 스카버러 암초 해역을 순찰하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 반중 정서 높아지는데 갈팡질팡 두테르테 대통령, 비난 높아져  

반중정서에 부닥친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AP=연합뉴스]

반중정서에 부닥친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AP=연합뉴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태도다.

2016년 취임할 당시부터 노골적인 '친중 행보'를 보여온 그가 필리핀 내 반중 정서가 점점 커져가는 상황에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중국을 비난하는 여론이 점점 뜨거워지자 "남중국해에 군함을 보낼 준비는 되어있다"고 말하면서도 "중국은 우리의 친구이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런 어정쩡한 태도에,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두테르테에 대한 반감은 반중 정서와 함께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중국 백신을 맞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 [AP=연합뉴스]

중국 백신을 맞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 [AP=연합뉴스]

6일에는 무상으로 공급받은 중국 백신을 되돌려보내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산 시노팜 백신을 접종한 후 "아직 필리핀에서는 정식 사용 승인이 나지 않은 백신을 맞았다"는 논란을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약속했던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에 바짝 붙어 '친중'을 외친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기 때문이다.

포린폴리시(FP)는 "필리핀 상원은 미국과의 동맹에 균열을 내고, 중국에 다소곳한 태도를 보이는 두테르테에 노골적으로 분노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중국에 강경한 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쟁 해역에서 석유와 가스 등을 공동 탐사하기로 한 계획 등을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두테르테가 지난해 2월 일방적으로 종료하겠다고 밝혔던 미국-필리핀 방문군지위협정(VFA)을 새롭게 다시 합의할 것이란 보도도 나온다.

중국-필리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커져가는 가운데, 필리핀 해안경비대의 모습. [EPA=연합뉴스]

중국-필리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커져가는 가운데, 필리핀 해안경비대의 모습. [EPA=연합뉴스]

필리핀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미국의 입장은 유리해져가고 있다.

FP는 "중국 정부는 두테르테를 자신들의 편으로 붙잡고 싶겠지만, 남중국해에서의 공격적인 행동은 외려 두테르테가 '친중반미' 노선을 밀어붙이기 힘들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제 발목을 잡았단 뜻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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