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글로벌 공장' 인도 타격에 경쟁자 中의 웃음 “일 맡길 수 있겠나”

중앙일보

입력

인도 뉴델리의 한 화장장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는 가족과 화장장 관계자. [EPA=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의 한 화장장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는 가족과 화장장 관계자. [EPA=연합뉴스]

인도의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 물류 운송과 백신·의약품 공급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3억 인구 대국인 인도는 중국과 경쟁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세를 잡지 못해 국가 차원의 봉쇄가 절실해지면서 공급망 타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 폭스콘 공장 아이폰 생산 50% 급감 #中 관영 매체 "초기에 해결 중국과 대조적"

전세계 선원 20%가 인도인…선박 운송 차질 우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물류의 80%는 선박으로 운송되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 선원 170만명 중 20만명 이상이 인도인이라 각 선박 회사들은 선원 확보에 위기를 겪고 있다. 국제해운협회 사무총장 가이 플레튼은 "이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선원 부족 현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 구자라트주의 타르 드라이 항구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 적재 준비를 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인도 구자라트주의 타르 드라이 항구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 적재 준비를 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전세계 백신과 의약품 공급망에도 혼란이 예상된다. 인도에는 세계 최대 백신 제조업체 세룸 인스티튜트(SII)가 있어, 전세계 백신의 60% 이상을 생산한다. 그런데 인도에서 대규모로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백신 공급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SII는 지난해 최대 92개국에 최대 2억 회분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합의했지만, 인도가 하루 40만명이 확진되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치자 정부와 SII는 백신 수출을 틀어쥐고 인도 시민 접종을 우선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의약품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공급 업체를 가지고 있다. 2020년 인도산업연합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처방약의 90%가 제네릭 의약품인데 이 중 3분의 1이 인도에서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의약품도 인도의 생산 비중이 높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인도의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 공급량은 20%에 달한다.

인도의 백신 생산 공장 세룸인스티튜트(SII)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 중인 모습.[AP=연합뉴스]

인도의 백신 생산 공장 세룸인스티튜트(SII)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 중인 모습.[AP=연합뉴스]

존스홉킨스대 비즈니스 스쿨의 팅롱 다이 교수는 "대부분의 국가는 제네릭 의약품을 인도에 의존하고 있고, 인도는 중국에 원자재를 의존하고 있다"며 "두 국가의 무역이 중단되면 글로벌 제약 공급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4월 말 인도행 화물기 운항을 보름간 중단했다.

인도 아이폰 생산 50% 급감…中 "애플, 다시 생각해야"

전 세계서 가장 큰 섬유 수출국인 인도는 근로자들의 절반가량이 코로나19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섬유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뉴발란스와 노드스트롬 등 주요 브랜드에 천을 공급하는 한 회사는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50% 가까이 퇴사했다. 감염이 급증한 방갈로르와 델리에 위치한 주요 의류 생산 허브 기지에서는 근로자의 결근율이 50%에 이른다.

또다른 '세계의 공장' 중국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인도 타밀나두주의 폭스콘 공장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아이폰 생산 능력이 50%으로 줄었다고 보도하면서 "모디의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애플 사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애플 사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 인도는 전 세계의 생산 기지 역할을 놓고 최근 몇 년간 경쟁해왔다. 서방 국가와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인도가 중국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코로나19로 인도의 입지가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일을 맡길 수 있을까"라며 "초기에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한 중국과 대조적이다. 애플도 인도에서의 아이폰 생산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12일 기준 34만8000여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왔으며 지난 24시간 동안 4205명이 사망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이날 기준 25만4000명이 됐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