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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이 교통사고냐" 구미 친모, 유전자 인정에도 혐의 부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구미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 A씨(48)가 11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유전자(DNA) 검사 결과에는 동의하지만 출산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DNA 검사결과로 출생사실 증명 못한다” 주장

앞서 수사기관이 네 차례에 걸쳐 실시한 DNA 검사에서는 숨진 아이가 99.9999998% 확률로 A씨의 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숨진 아이가 자신과 모녀 관계로 나타난 검사 결과는 인정하지만 자신은 그 아이를 낳은 적이 없고 아이를 바꿔치기한 적도 없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이날 오후 4시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 서청운 판사 심리로 진행된 2차 공판에서 A씨는 자신의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계속해서 부인했다.

A씨 측은 “(DNA 감정의뢰서 등) 대부분의 증거에는 동의하지만 공소 사실을 추단하거나 추측한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아이 바꿔치기 등) 공소 사실이 DNA 검사 결과로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입증 취지는 부인한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가 “DNA 검사 결과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결과로 피고인(A씨)의 출산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는 취지인가”라고 묻자 A씨 변호인은 “피고인 측 입장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에 대해 조사했다. 숨진 아이와 A씨 사이의 친자 관계가 성립한다는 DNA 감정의뢰서와 A씨의 딸 B씨(22)가 2018년 3월 30일 여아를 출산했다는 기록, A씨가 유튜브로 출산 관련 영상을 재생한 내역, A씨가 남편 외 남성과 성관계를 인정한 대화 내역, A씨가 출산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했다가 삭제한 내역,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신생아 인식표가 분리된 채 찍혀 있는 아이의 사진 등이 증거로 제출됐다.

또 검찰은 B씨 출산 직후인 2018년 3월 30일 아이의 체중이 3.485㎏이었다가 4월 1일 3.235㎏으로 갑자기 200g 감소한 기록과 범행 후 숨진 아이의 혈액형이 A형으로 판독된 감정서도 제시했다. 숨진 아이의 혈액형(AO형)이 A씨 혈액형(BO)에선 나올 수 있지만 B씨 혈액형(BB)에선 나올 수 없어 숨진 아이가 A씨의 딸이라는 취지의 증거다.

11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2차 공판을 마친 친모 A씨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11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2차 공판을 마친 친모 A씨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반면 A씨 측은 “피고인은 출산 사실이나 아이 바꿔치기 혐의 모두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수사에서도 드러난 사실이 없다. 구체적인 행위 일시나 장소도 없다”며 “출산이 교통사고처럼 급격한 사건으로 일어날 수 없을 뿐더러 그 오랜 기간 아이를 어떻게 보관했으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나면 표시가 나는데 동일한 시기에 출산했다 하더라도 어떻게 관리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출산을 했을 수도 있지만 산부인과에서 아무리 영아 관리가 허술하더라도 아이가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태어날 아이가 말을 못할 아이로 태어났다거나 우는 아이를 바꾼 장소가 신생아실이라고 하는데 어떤 계기로, 어떻게 했는지는 없고 추단만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사 측은 “피고인은 2018년 3월에 충분한 출산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피고인의 출산이 인정되는 이상 바꿔치기에 대해 피고인이 그걸 몰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피고인이 이 범행에 무관하게 개입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했을 것이라는 건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막연한 추측”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A씨가 인정한 사체은닉미수 혐의는 이번 공판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2월 숨진 채 발견된 아이를 이불과 종이상자에 넣어 버리려고 시도한 혐의다. A씨는 시신을 상자에 담아 어딘가로 옮기려고 했지만 갑자기 바람 소리가 크게 나 공포감을 느끼고 시신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었다.

A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17일 오전에 열린다.

김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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