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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1000마리 독살? "살묘남 막아달라" 뒤숭숭한 신탄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고양이 독살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대전경찰청과 대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후 4시9분쯤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의 한 폐가에서 고양이 1마리 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고양이 사체를 수거한 뒤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신고 접수 하루 뒤인 지난달 15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검역본부로부터 “쥐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자난달 14일 대전에서 죽은 고양이 발견

경찰 "고양이 쥐약 묻은 물건 먹고 숨진 것으로 추정"

경찰은 고양이가 쥐약이 묻은 물건(고기)을 먹고 숨진 것으로 판단, 쥐약을 구매한 사람을 찾기 위해 인근 약국(5곳)과 재래시장 등을 탐문 조사했다.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폐가 인근 폐쇄회로TV(CCTV) 영상도 분석했지만 사건을 해결할만한 특별한 단서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 사건과 관련,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0여년간 고양이를 살해해온 신탄진 살묘남을 막아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몇 년간 고양이를 독살한 살묘남에 대해 고양이보호협회와 전국 동물보호단체가 증거를 수집해 경찰에 고발했지만, 미온적 수사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등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대전대덕경찰서는 지난달 14일 대전시 대덕구 석봉동의 한 폐가에서 발견된 고양이 폐사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대덕경찰서는 지난달 14일 대전시 대덕구 석봉동의 한 폐가에서 발견된 고양이 폐사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길고양이보호협회 측은 고양이가 닭고기를 먹고 죽은 것으로 보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일부러 고양이를 죽이고 있다”는 취지로 경찰에 수사 요청 민원을 제기했다.

경찰은 일부에서 제기된 ‘1000여 마리의 고양이 살해 의혹’에 대해 “관내(대덕경찰서) 전체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최근 10년간 8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독극물이 사망 원인으로 조사된 사건은 3건(마리)에 불과했다. 나머지 5건은 약물이 검출되지 않거나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사건으로 확인됐다.

동물보호협회 지목 '살묘남' 이번 사건 혐의점 없어 

동물보호협회 등이 이번 사건의 가해자(살묘남)로 지목한 A씨(70대 남성)는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경찰 면담에서 독극물(쥐약) 구입 등 사건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사건 발생 주변 CCTV 영상에서도 A씨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서울캣쇼`에서 행사장에 온 집사들이 고양이 인형과 용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서울캣쇼`에서 행사장에 온 집사들이 고양이 인형과 용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2016년 4월 1일 쥐약을 바른 닭고기를 이용해 고양이를 살해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A씨는 경찰에서 “노동일을 하고 돌아왔는데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8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고양이를 살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를 받았지만,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에선 고양이 사체와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고양이 독극물, 학대 행위는 동물보호법 위반" 

경찰 관계자는 “고양이에게 독극물을 사용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제보는 물론 고양이 학대 행위를 발견하면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고양이를 죽이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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