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이 염증을 부르는 병…기관지 천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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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무 일 없다가도 갑자기 쌕쌕하는 숨소리와 함께 숨이 막히는 기관지 천식은 알레르기성 염증 때문에 기관지가 예민해져 생기는 병이다. 증상이 만성적이고 재발도 흔해서 과거에는 무덤에 들어가서야 낫는 병이라고 불려 치료법이 발달한 지금도 불안하고 지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외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꾸준한 천식 치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자.

◇ 우리 몸을 지키는 염증반응 = 염증 반응은 인간 면역체계의 핵심으로 백혈구를 포함한 면역세포들이 우리 몸에 들어온 침입자와 전쟁을 벌이는 현상이다. 몸 안을 돌아다니던 면역세포가 적을 발견하면 각종 화학물질을 분비해 동료 면역세포들을 호출한다. 보통은 침입한 적의 규모가 클 수록 많은 병력이 동원되고 싸움의 규모도 커진다. 침입자가 제거돼 전쟁이 끝나면 염증반응도 수그러든다.

◇ 성난 염증반응, 알레르기성 염증 = 알레르기성 염증은 면역체계가 신경질적으로 변해 사소한 자극에도 화를 내는 현상이다.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등이 중요한 원인이지만 찬 공기, 담배 연기 등의 일상적인 자극도 염증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것은 접촉성 피부염이나 아토피 피부염 등에서 가려운 곳을 긁을수록 가려움이 더 심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유가 무엇이든 기도는 이미 전쟁터가 된다. 기관지를 둘러싼 미세 근육이 긴장해 수축하고 점액이 다량 분비되면서 기도가 좁아져 환자는 쌕쌕 숨을 몰아쉬게 되는 것이다.

◇ 기관지의 리모델링 = 뚜렷한 증상이 없을 때에도 천식 환자의 기관지에는 여기 저기서 작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증상을 유발하는 큰 싸움이 아니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관지는 점점 폐허가 돼 간다. 기관지의 표면을 덮고 있는 상피세포가 터져나가고 분비된 점액이 곳곳에 널린다. 결국은 기관지의 미세 근육이 자라나 기도를 더 옥죄고 기관지 벽이 두꺼워 지는 기관지의 '리모델링'이 일어난다.

만성 천식 환자의 폐가 파괴되는 것은 바로 기관지의 '리모델링'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한 번 화를 내면 그 다음에는 화를 더 잘 내게 되는 것처럼 작은 염증반응은 쉽게 심각한 염증반응으로 번진다. 평소에 염증을 억제하는 꾸준한 유지치료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 유지치료란 = 천식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기도의 염증을 치료해 기관지의 리모델링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염증 억제기능이 뛰어난 스테로이드제의 역할이다. 스테로이드라고 하면 부작용을 걱정해 사용을 꺼리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일부 중증 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는 스테로이드가 아니라 코로 들이마시는 흡입형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약을 입으로 들이마신 뒤 입안을 물로 헹궈 주는 것 만으로도 아구창 등 대부분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내과 조수헌 교수는 "스테로이드는 천식 치료의 기본"이라며 "부작용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사용을 꺼리는 환자가 많지만 흡입형 스테로이드는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고 강조한다.

<의학전문기자ㆍ가정의학전문의>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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