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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 명예훼손" 위안부 왜곡 램지어, 되레 한인교수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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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 경력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흉포한 공격을 보내 내 논문을 망치려 했다. 또 그런 사실에 대해 허풍을 떨며 자랑했다는 것을 일본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사진 하버드대]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사진 하버드대]

'일본군 위안부는 계약에 의한 매춘'이라는 역사 왜곡 논문으로 파문을 일으킨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이번엔 자신의 역사 왜곡 논문을 추적한 한인 교수에게 이같은 협박성 메일을 발송한 사실이 5일(현지시간) 드러났다.

이진희 이스턴일리노이대(EIU) 사학과 교수는 최근 램지어 교수로부터 "야만적인 명예훼손 공격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하버드대 일본학연구센터 연구원이기도 한 이 교수는 올해 초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왜곡 논문이 논란을 빚은 뒤 그의 다른 논문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벌여왔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간토대지진의 조선인 학살, 재일교포 차별 등을 정당화하는 여러 논문을 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세계 학자들과 함께 문제가 된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에 출판연구 윤리상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논문의 재심사에 따른 정정과 철회를 요구해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부는 램지어 교수에게 조선인 학살 왜곡 논문 중 문제가 된 부분을 전면 수정하게 했고, 독일의 출판사는 재일교포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램지어 교수는 특히 이 교수가 학술지 측에 문제를 제기해 논문의 출판을 지연시켰다며 분노를 표했다. 이어 "내가 지금껏 말하거나 쓴 것을 추적하는 것 외에도 할 일이 많지 않으냐"며 자신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에 대해 취할 다음 조치를 고민 중이고, 이번 메일은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진희 이스턴일리노이대(EIU) 사학과 교수. [사진 EIU]

이진희 이스턴일리노이대(EIU) 사학과 교수. [사진 EIU]

램지어 교수가 이 교수에게 협박성 메일을 보낸 것은 연구 진실성에 대한 문제점이 확인되고, 일본 우익과의 '밀월관계'가 밝혀져 논란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교수는 램지어 교수뿐 아니라 그가 소속된 하버드대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그는 "연구 출판 윤리 위반뿐 아니라 양심적 학자들을 협박하고 괴롭히는 램지어 교수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하버드로스쿨도 궁극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세계의 양심적 석학 동료들에게 이런 식의 협박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램지어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주로 일본법을 연구하면서 '일본 인권 선진화' 등을 강의하고 있다.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가 하버드대에 조성한 기금으로 임용됐다. 그는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어린 시절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냈고, 대학원에서 일본사를 공부했다. 도쿄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았고, 일본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2018년엔 일본 정부로부터 '욱일중수장'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 온라인판에 위안부 피해자의 강제 연행과 성노예 성격의 위안부 실체를 부정하는 논문을 발표했고, 지난 1월 일본 우익성향 매체인 산케이신문을 통해 보도된 뒤 논란이 커져 국제 학계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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