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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엽집’의 비밀, 신라 향가가 열쇠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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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호 21면

일본 만엽집은 향가였다

일본 만엽집은 향가였다

일본 만엽집은 향가였다
김영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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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 연구의 새 바람이 불고 있다. 40년 내공의 ‘향가 연구가’ 김영회씨가 바람의 주인공이다. 2019년에 『천년 향가의 비밀』을 출간하며 색다른 향가 해석을 선보였던 그다. 막연히 ‘고대 시가’로 알려졌던 신라 향가와 고려 향가들이 그가 밝혀낸 ‘향가 창작법’에 의해 전혀 새로운 내용으로 해석되었다. 그에 따르면 향가는 현대의 뮤지컬이나 연극, 마당놀이와 같은 공연물의 대본이었다.

이번 새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일본의 『만엽집(萬葉集)』에 담긴 비밀에 도전했다. 신라 향가 분석에 적용했던 연구방법론을, 『만엽집』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작품 650여 편에 적용했다. 그 결과, 한 편의 예외도 없이 ‘향가 창작법’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저자의 향가 해독법으로 풀어낸 내용은 기존의 일본식 해석과는 동일한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다르다. “만엽집이 향가였다”는 그의 주장이 인정된다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듯하다. 모두 4516편에 달하는 『만엽집』은 고대 일본의 정체성으로도 여겨진다. 저자는 4516편 전체를 일본 학자들과 공동 연구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의 ‘향가 창작법’이 오래된 비밀을 푸는 열쇠다. 그에 따르면, 향가의 한자는 ‘소리’가 아니라 ‘뜻’을 나타내는 표의문자다. 향가의 문장은 중국어 어순이 아닌 한국어의 어순을 따르고 있다. 또 문장 전체가 ‘노랫말+청언(請言)+보언(報言)’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청언’은 신에게 소원을 비는 문자이며, ‘보언’은 연극대본의 지문(地文)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런 구조를 그가 처음 밝혀냈다.

『만엽집』에는 한반도와 긴밀한 관계에 있던 고대 일본 천황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만엽집은 일본으로 건너간 한반도인들이 천황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한반도어를 기반으로 하여 만든 작품”이라고 그는 말했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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