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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서 산 코인 수익률 2900%, 이러니 대기업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카오톡 기반으로 암호화폐를 보관·전송하는 플랫폼인 ‘클립’은 지난해 6월 3일 출시 기념으로 신규 가입자 10만 명에게 암호화폐 ‘클레이’ 50개를 공짜로 나눠줬다. 이날 오전부터 중고나라엔 “카카오톡 클레이 50개 5000원에 삽니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그리고 10개월 뒤인, 30일 현재 ‘클레이’는 개당 3000원꼴로 거래되고 있다. 당시 중고나라에서 5000원에 클레이 50개를 샀다면 지금은 15만원 정도다.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2900%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클립은 카카오톡을 통해 바로 가입할 수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X가 발행하는 ‘클레이’를 기축 암호화폐로 사용한다.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턴’을 운영한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카카오톡 디지털 자산 지갑인 '클립'의 서비스 화면.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출시된 카카오톡 디지털 자산 지갑인 '클립'의 서비스 화면. 연합뉴스

카톡 서비스 화면에서 암호화폐 지갑 연결

암호화폐가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통해 접근 가능할 정도로 일상생활을 파고들고 있다. 국내 ICT 기업이 앞다퉈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저변이 넓어졌다. 한편으론 대기업까지 가세한 시장임에도 정부 규제나 투자자 보호장치가 없는 ‘법·제도 사각지대’란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은 지난해 2월 미국 기반의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프런트’를 오픈했다. 지원하는 언어만 15개, 자체 암호화폐인 ‘링크’도 있다.

암호화폐 예금하면 연 12% 암호화폐 주기도 

비트프런트는 지난해 9월부터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 플랫폼인 ‘셀시우스 네트워크’와 손잡고 비트코인·이더리움·링크 등 6개 암호화폐에 대한 ‘예금’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셀시우스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에 가입하면 해당 암호화폐로 이자를 지급한다. 예를 들어 링크를 예금하면 연 12.73%의 이자를 링크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김정혁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은 “네이버·카카오는 자사 가입자를 기반으로 충분히 암호화폐를 활용할 수 있어 관련 기술을 축적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이 활성화하면 플랫폼 내 송금·결제뿐 아니라 지역 화폐나 상품권 등의 결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프론트 서비스 화면. [사진 라인]

비트프론트 서비스 화면. [사진 라인]

서비스 개발 위한 테스트용 코인 수요도  

국내 ICT 대기업은 암호화폐 관련 투자와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게임회사인 넥슨은 28일 일본법인을 통해 비트코인 1억 달러어치(약 1130억원)를 매입,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이 장기적 안정성과 유동성을 이어갈 것”(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이란 이유에서다.

넥슨 지주사인 NXC는 국내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2017년)과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스탬프(2018년)를 인수했다. NXC가 지난해 설립한 금융자산 거래 플랫폼 ‘아퀴스’는 올해 2월 비트코인 35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아퀴스 측은 “게임 요소를 결합한 거래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자산을 매입해 기술을 테스트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최대 주주인 두나무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카카오(7.7%)와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벤처서(11.3%), 카카오 청년 펀드 등을 통해 지분 21.3%를 보유 중이다.

아퀴스가 선보일 서비스의 예시 이미지 [사진 아퀴스]

아퀴스가 선보일 서비스의 예시 이미지 [사진 아퀴스]

케이뱅크, 업비트 연계로 수신 잔액 급증  

금융권도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KT의 손자회사인 케이뱅크는 지난해 6월부터 업비트와 실명확인 계좌 발급 제휴를 맺었다. 이 회사는 암호화폐 투자자의 대기 수요가 몰린 데다 ‘파킹 통장’ 혜택 등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6월 말 기준 1조8500억원에 불과하던 수신 잔액이 올해 3월 말 기준 8조7200억으로 치솟았다. 이밖에 빗썸·코인원은 NH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이처럼 암호화폐 시장이 커져 나가는데도 정부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김정혁 전문위원은 “3월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외엔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자금 세탁이나 보안 등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법적 규정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주무 부처조차 없어 시장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은 기존 화폐를 대체하기보다 시장에서 금융상품으로 인지돼 집단적인 거래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이를 교환거래 체계로서 인정하고 표준 약관이나 표준 계약 등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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