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송진우 아들 송우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200승 투수 송진우의 아들 키움 송우현. 그는 프로 7년 차에 빛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0승 투수 송진우의 아들 키움 송우현. 그는 프로 7년 차에 빛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야구인 2세’의 요람이다. 이종범 LG 코치의 아들인 외야수 이정후(23),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의 아들인 투수 장재영(19)이 있다. 둘 다 학창 시절부터 초고교급 기량을 뽐내 키움이 1차 지명했다. 남다른 스타성에 아버지 후광까지 더해져 데뷔와 동시에 화제를 몰고 다녔다.

프로 7년 차에 홀로서기 첫 시즌 #이정후·장재영에 가린 2세 선수 #아버지 사랑만 확인했던 지난날 #개막 엔트리에 이어 끝내기까지

키움 외야수 송우현(25)도 전설적인 야구선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야구인 2세다. 그의 부친은 송진우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한 명뿐인 통산 200승 투수다. 두 아들 중 둘째인 송우현은 아버지 같은 특급 스타를 꿈꾸며 야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프로 생활은 이정후, 장재영과는 출발이 달랐다. 2015년 입단 후 좀처럼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일찌감치 병역 의무도 해결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기회는 6년이 지나서야 찾아왔다. 지난해 7월 2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8회 초에 대타로 기용돼 마침내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아쉽게도 결과는 2타수 무안타였다. 그래도 송우현은 의연했다. 그는 “처음부터 잘된 선수가 있으면, 나중에 잘 되는 선수도 있다. 다른 야구인 2세가 다 잘한다고 ‘나도 같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1군에서 어떤 것을 배워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 내내 스타였던 아버지 마음도 아들과 다르지 않았다. 송우현은 지난해 9월 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다시 8회 초 대타로 출전했다. 맞은편 더그아웃에는 당시 한화 투수코치였던 아버지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안타는 치지 못했다. 하필이면 아버지 앞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삼진을 당했다.

송 코치는 경기 후 풀죽은 아들에게 공 하나를 내밀었다. ‘첫 부자 맞대결, 8회 대타 삼진’이라고 적힌 ‘프로 첫 삼진 기념구’였다. 안타도, 홈런도 치지 못했지만, 아버지에게는 아들의 모든 ‘처음’이 소중했다. 직접 볼펜으로 꾹꾹 눌러 날짜, 장소, 상대 투수 이름까지 빼곡히 적었다. 아버지가 상심했을까 봐 걱정했던 아들은 비로소 “아빠 너무한 거 아니냐”며 신나게 웃었다.

1군 첫 시즌은 그렇게 아버지 사랑만 확인한 채 끝났다. 새 감독과 함께 시작하는 새 시즌. 미래는 다시 안갯속이었다. 그런데 불안이 이내 희망으로 바뀌었다. 홍원기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악바리’ 송우현을 눈여겨봤다. 송우현도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기대에 보답했다. 결국 입단 7시즌 만에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3일 삼성 라이온즈와 정규시즌 개막전에서는 프로 첫 안타와 타점을 동시에 기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송우현은 5시간 접전이 펼쳐진 28일 두산전에서 4-4로 맞선 연장 11회 말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 데뷔 후 처음으로 끝내기 승리의 주역이 되는 기쁨을 맛봤다. 그는 “작년까지도 타석에서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올해는 매 타석 코치님들 조언을 따랐더니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 앞으로도 ‘내가 잘해야 팀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며 웃었다. ‘송진우 아들’로만 유명했던 외야수 송우현에게 ‘진짜 첫 시즌’의 문이 활짝 열렸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