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른바 ‘김영란법’(청탁금지법)과 함께 처음 발의한 지 8년 만이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가 터지며 급물살을 탄 끝에 이날 법안 제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재석의원 251인 중 찬성 240표, 반대 2표, 기권 9표였다.
법안 발의 8년 만에 본회의 처리 #공직자 가족, 관련기관 취업 못해 #LH 직원 부동산 거래 신고도 규정 #의원·가족 이해관계 심사 의무화
본회의를 통과한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나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걸 규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먼저 사전신고 의무가 생겼다. 공직자는 직무 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알았을 경우, 안 날부터 14일 이내에 소속 기관장에게 이를 신고하고 회피를 신청해야 한다. 국토부나 LH 등 부동산 관련 기관의 공직자와 가족은 업무 관련 부동산 거래를 할 때 14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사전 신고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직무상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때는 최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에 처해진다. 제3자에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게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공직자는 물론 이득을 취한 제3자도 처벌받는다.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내용도 법에 담겼다. 현직이 아니라도 퇴직 후 3년 이내에 업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이득을 취하면 처벌 대상이다.
‘부모 찬스’ 등도 제한한다. 고위 공직자의 가족은 해당 공공기관과 산하기관, 자회사 등에 채용될 수 없다. 공공기관이나 산하기관과 수의계약도 맺을 수 없다. 이해충돌방지법에 적용을 받는 공직자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지방의회 의원, 국공립 학교장 등 약 190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배우자, 직계 존·비속도 포함돼 실질적으론 600만~800만 명이 영향을 받을 거란 전망이다. 그간 논란이 됐던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법안은 공포 1년 뒤 시행된다.
국회의원이 본인과 가족의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이해충돌 여부를 심사받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은 당선 30일 이내에 자신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사적 이해관계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또 국회의원은 본인과 가족의 주식 및 부동산 보유 현황은 물론 당선 직전 3년간 재직했던 법인이나 단체도 국회에 등록하도록 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지분적립형 주택을 법률로 규정한 공공주택특별법 등 모두 47개 법안이 통과됐다. 화학제품안전법 개정안에서는 살균제·살충제 같은 살생물(殺生物) 제품 사용에 따른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정부의 구제 절차와 기업의 책임 등을 명시했다. 임신 중에도 육아휴직이 가능토록 한 남녀고용평등법 등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천대엽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가결 처리됐다. 임명동의안은 총투표수 266표 가운데 찬성 234표, 반대 27표, 기권 5표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전날 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곧바로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천 후보자는 다음 달 퇴임하는 박상옥 대법관의 후임이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제정안’을 의결했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가사노동자가 연차휴가·퇴직금·4대보험 등을 보장받을 길이 열렸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