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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빠르게 회복…1분기 6.4% 성장, 백신·경기부양 덕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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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 보건소에 백신 접종을 맞으려는 여성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 보건소에 백신 접종을 맞으려는 여성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4%(전분기 대비 연율)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6.1~6.5%)에 부합하는 수치다. 지난해 3분기(33.4%) 이후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신 보급 확대와 대규모 부양책에 힘입은 소비 회복으로 경제 회복에 가속이 붙고 있다.

분기 6.4%의 성장률은 눈에 띄는 수치다. 지난해 2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악의 성적(-31.4%)을 받고, 그에 따른 기저효과로 지난해 3분기 33.4%를 기록한 걸 제외하면, 2003년 3분기 이후 최고의 성적이다. 지난해 1분기(-5%)와 비교해 반등에 성공했고 직전인 지난해 4분기(4.3%)와 비교해도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백신·슈퍼경기부양에 반등한 美 경제 성장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백신·슈퍼경기부양에 반등한 美 경제 성장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9년까지 사실상 완전 고용으로 볼 수 있는 3% 중반의 실업률과 2% 후반대의 안정적 경제성장률을 구가하던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최악의 시기를 맞았다. 2020년 성장률(-3.5%)은 2차 세계대전 이후 7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상황을 바꾼 건 백신과 대규모 경기부양책이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신속하게 이뤄지며 경제 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6일 기준 미국의 백신 접종자 수는 2억3690만명이다. 전체 3억3200만명 인구 중 18세 이상 성인의 53.9%인 1억 4100만명이 적어도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다. 성인 37%인 95980만명은 2차 접종까지 끝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CDC는 27일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로운 권고안까지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은 재빠른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으로 지속했던 경제 활동 제한 조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동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손뼉을 치고 있다.[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동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손뼉을 치고 있다.[AP=연합뉴스]

여기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6조 달러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안은 미국 경제의 또 다른 추진체가 됐다. 지난달부터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구제계획 경기부양안을 시행하며 미국 성인에게 1인당 최대 1400달러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부양안인 ‘미국 일자리 계획’, 1조8000억 달러의 ‘미국 가족계획’이란 2차 인프라 부양안을 내놓으며 경기 부양에 사활을 걸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백신 접종을 통한 고용률 증가와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통해 가계 소비가 확대됐다”며 “특히 여행 등 오랫동안 침체를 겪은 서비스업에서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4월 소비신뢰지수는 1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나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나로프 대표는 “경기 부양책은 미국 경제가 코로나19로 종료되기 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았다”고 평가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감소했다.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주(4월18~2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55만3000건으로 집계돼 전주(56만6000건)보다 약 1만3000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이 전망하는 올해 미국의 연간 성장률은 1984년 이후 가장 높은 7%대로 예상된다. 올해 6% 넘는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중국을 앞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19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용 태블릿PC를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9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용 태블릿PC를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럼에도 경제에는 여전히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8%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6%대까지 내려섰지만 고용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거센 경기 회복세에 주식과 암호화폐, 주택 가격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중이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경기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속 글로벌 공급망이 제 기능을 못 하며 미국 내에 급증한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하는 위험도 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는 생산자들에게 원자재 부족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경험하는 동시에 각종 상품과 자산 가격을 끝없이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코로나19로 시작된 경제 침체 이전 상태를 회복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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