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안락사 시킨 어머니·의사 … 프랑스 법원 "기소면제"

중앙일보

입력

죽을 권리를 주장하는 아들을 안락사시킨 어머니와 의사에게 프랑스 법원이 지난달 27일 기소면제 결정을 내렸다.

앞서 담당 검사인 제랄 르지뉴는 교통사고 뒤 사지마비 상태로 살아가던 전직 소방관 뱅상 욍베르를 2003년 안락사시킨 어머니 마리 욍베르와 이를 도운 의사 프레데릭 쇼수아에 대한 기소면제를 1월 수사 판사에게 요청했다. 이로써 프랑스에서 본격적인 안락사 허용 논쟁을 촉발했던 '뱅상 욍베르 사건'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일단락됐다.

르지뉴 검사는 당시 사건의 특수한 상황을 강조하면서 "뱅상의 어머니와 의사가 한 행동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지만 그들이 겪은 심리적 압박을 감안하면 면소가 고려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면소 판결 뒤 마리는 "위안이 되지만 한편으로 실망스럽다. 이번 판결로 (프랑스 법원이) 안락사 인정을 막으려는 느낌이 든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마리는 아들의 죽음 뒤 자신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과 안락사 인정을 위해 함께 투쟁해 왔다. 의사 쇼수아는 "위대한 행복의 순간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결정을 기다려왔다"며 판결을 환영했다.

뱅상 욍베르는 22세이던 2000년 9월 교통사고를 당해 사지가 마비됐으며 시력도 잃었다. 그는 의식은 남아 있었지만 병세가 호전되지 않고 고통만 계속되자 2002년 11월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간청했다. 2003년 9월 그의 어머니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아들을 안락사시켰다.

이 행위로 의사는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는 '고의적 살인' 혐의로, 어머니는 최고 5년형까지 받을 수 있는 독극물 투약 혐의로 입건됐다. 이 사건은 프랑스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며 '존엄사' 논쟁을 촉발시켰지만 프랑스는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욍베르 사후 '나는 죽을 권리를 요구한다'라는 그의 유작이 출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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