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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너 없이 살 준비 안됐는데" 생전 인니 잠수함 53명 작별 노래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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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앞으로 닥칠 운명을 예감했던 걸까. 지난 21일(현지시간) 발리섬 해역에서 침몰한 인도네시아 해군 잠수함 낭갈라(Nanggala-402)함에 타고 있던 승조원들이 사고 발생 전 작별 인사 노래를 부른 사연이 전해졌다.

훈련 중 침몰한 인도네시아 잠수함의 승조원들이 지난 3월 이별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인도네시아 해군 동영상 캡처]

훈련 중 침몰한 인도네시아 잠수함의 승조원들이 지난 3월 이별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인도네시아 해군 동영상 캡처]

27일 영국 BBC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해군은 지난 3월 초 낭갈라함에서 찍은 승조원들의 생전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선원들은 헤리 옥타비안 함장의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승무원들이 부른 노래는 2016년 발표된 인도네시아 가요 '삼파이 줌파'(Sampai Jumpa)로, '다음에 만나요'라는 뜻이다. 승무원들은 “아직 널 그리워할 준비도, 너 없이 살 준비도 되지 않았지만, 네가 행복할 수 있길 바라”라고 노래한다.

이 영상은 해군 잠수함 지휘관의 퇴임을 아쉬워한 승조원들이 작별 인사를 위해 찍은 것이라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이 노래는 승조원들이 가족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가 됐다.

2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해역에서 승조원 유족들이 모여 추모식을 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해역에서 승조원 유족들이 모여 추모식을 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낭갈라함은 지난 21일 오전 3시 25분쯤 발리섬 북부 96㎞ 해역에서 어뢰 훈련을 위해 잠수한 뒤 실종됐다가 나흘 만에 해저 800m(2600피트)에서 발견됐다. 낭갈라함은 1980년 건조된 독일산 재래식 1400t급 잠수함이다.

당시 낭갈라함은 선미· 본체 등이 모두 분리돼 세 동강 난 상태였다. 군은 수심 800m에서 사람이 생존하기 어렵다고 보고 승조원 49명과 사령관 1명, 무기 관계자 3명 등 탑승자 53명 모두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잠수함이 침몰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인도네시아군은 인적 요인보다 자연적 요인에 따른 사고로 보고있다.

해군은 바다 밑에 가라앉은 본체 파편과 선원들의 시신을 인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다만 수심이 깊어 인양하려면 전문 장비를 투입하는 등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BBC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유족들은 잠수함이 가라앉은 바다로 나가 꽃을 뿌리고 넋을 기렸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선원들을 “최고의 애국자”로 칭하고 유족에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7일 조코위 대통령 앞으로 위로전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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