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휘부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예약률이 부진하다는 평가 때문에 접종을 압박한다는 불만이 현장에서 잇따르고 있다. AZ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자 “본인 동의하에 예약하면 된다”고 한 김창룡 경찰청장의 당초 발언과 배치된다면서다. 반면 “정부 정책에 맞춰서 백신 접종을 장려하는 게 문제는 아니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의서 ‘관서별 백신 접종률’ 따진 청장
2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26일 오후 5시쯤 주재한 회의에서 경찰 지휘부에게 압박이 될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시도경찰청별 백신 접종 예약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다. 경찰의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열린 이 회의에는 각 시도경찰청장이 참석했고 일선경찰서 책임자급까지 중계 시청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경찰을 포함한 사회필수인력 접종대상(17만6347명)의 예약률은 전날 0시 기준 57.4%에 그쳤다. 다만 사전 예약 기간이 오는 29일까지라 예약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
간부급 경찰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김 청장이 회의에서 ‘관서별로 백신 접종률이 차이나는 이유가 뭔가, 접종률이 낮은 원인은 분석해봤나’ 등 시도경찰청장에게 물었다”며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도 “김 청장이 예약률 낮은 곳을 일일이 호명했다”며 “이럴 거면 애초 ‘희망자에 한해’가 아니라 ‘모두 다 맞아야’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접종률 낮은데 본청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낸 경찰관도 있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김 청장의 회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청 소속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지금 화상회의에서 경찰청장이 어느 지방청·경찰서 백신 접종률 낮다고 지방청장과 서장들 망신 주고 있다”는 글을 썼다.
‘책임관제’ 두고도 ‘시끌’
경찰청 측이 당일 배포한 회의자료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 회의자료에는 ‘책임관 지정 운용, 이번 주 현장 방문’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본청 국장급(치안감 이상) 중 책임관을 뽑아 접종률이 낮은 시도경찰청을 직접 찾게 할 계획이다. 담당 부서 책임자는 “예약이 저조한 원인을 분석하고 불안감을 해소해 접종을 독려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일각에선 “접종률이 낮을 시 본청 국장급 이상이 각 지방청을 마크하면서 반강제적으로 맞게 하겠다는 거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접종률이 저조한 관서에 대책 보고하라든지, 불이익을 준다든지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아직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느닷없는 현황 조사도 접종 강제”
현장에선 백신 접종 현황 취합이 ‘강압적 접종 유도’라고 우려한다. 경찰관들은 블라인드에 “접종률과 예약률 파악하는 것 자체가 강제하는 것” “위에서 아침저녁으로 접종률 조사해서 보고해야 한다고 푸시 중. 단체채팅방까지 만들었다” “본청과 시도경찰청이 국관별 통계 내서 접종 경쟁시키고 있다” “각 부서 접종 신청률로 까대고 있다. 선택할 권리는 없나” 등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경찰관의 이런 반응에 대해 서울 일선서에서 근무하는 한 간부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서무가 갑자기 접종 현황을 조사하더라”며 “접종률이 낮으면 독려하는 관서장이 나올 것이고 이에 따른 압박에 대한 걱정으로 직원들이 반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