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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강제 아니라더니…"김창룡, 접종률 낮은 경찰서 호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과 소방관 등 사회필수인력의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 26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경찰과 소방관 등 사회필수인력의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 26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경찰 지휘부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예약률이 부진하다는 평가 때문에 접종을 압박한다는 불만이 현장에서 잇따르고 있다. AZ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자 “본인 동의하에 예약하면 된다”고 한 김창룡 경찰청장의 당초 발언과 배치된다면서다. 반면 “정부 정책에 맞춰서 백신 접종을 장려하는 게 문제는 아니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의서 ‘관서별 백신 접종률’ 따진 청장

김창룡 경찰청장.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 연합뉴스

2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26일 오후 5시쯤 주재한 회의에서 경찰 지휘부에게 압박이 될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시도경찰청별 백신 접종 예약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다. 경찰의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열린 이 회의에는 각 시도경찰청장이 참석했고 일선경찰서 책임자급까지 중계 시청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경찰을 포함한 사회필수인력 접종대상(17만6347명)의 예약률은 전날 0시 기준 57.4%에 그쳤다. 다만 사전 예약 기간이 오는 29일까지라 예약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

간부급 경찰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김 청장이 회의에서 ‘관서별로 백신 접종률이 차이나는 이유가 뭔가, 접종률이 낮은 원인은 분석해봤나’ 등 시도경찰청장에게 물었다”며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도 “김 청장이 예약률 낮은 곳을 일일이 호명했다”며 “이럴 거면 애초 ‘희망자에 한해’가 아니라 ‘모두 다 맞아야’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접종률 낮은데 본청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낸 경찰관도 있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김 청장의 회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청 소속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지금 화상회의에서 경찰청장이 어느 지방청·경찰서 백신 접종률 낮다고 지방청장과 서장들 망신 주고 있다”는 글을 썼다.

‘책임관제’ 두고도 ‘시끌’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경찰청 측이 당일 배포한 회의자료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 회의자료에는 ‘책임관 지정 운용, 이번 주 현장 방문’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본청 국장급(치안감 이상) 중 책임관을 뽑아 접종률이 낮은 시도경찰청을 직접 찾게 할 계획이다. 담당 부서 책임자는 “예약이 저조한 원인을 분석하고 불안감을 해소해 접종을 독려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일각에선 “접종률이 낮을 시 본청 국장급 이상이 각 지방청을 마크하면서 반강제적으로 맞게 하겠다는 거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접종률이 저조한 관서에 대책 보고하라든지, 불이익을 준다든지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아직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느닷없는 현황 조사도 접종 강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연합뉴스

현장에선 백신 접종 현황 취합이 ‘강압적 접종 유도’라고 우려한다. 경찰관들은 블라인드에 “접종률과 예약률 파악하는 것 자체가 강제하는 것” “위에서 아침저녁으로 접종률 조사해서 보고해야 한다고 푸시 중. 단체채팅방까지 만들었다” “본청과 시도경찰청이 국관별 통계 내서 접종 경쟁시키고 있다” “각 부서 접종 신청률로 까대고 있다. 선택할 권리는 없나” 등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경찰관의 이런 반응에 대해 서울 일선서에서 근무하는 한 간부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서무가 갑자기 접종 현황을 조사하더라”며 “접종률이 낮으면 독려하는 관서장이 나올 것이고 이에 따른 압박에 대한 걱정으로 직원들이 반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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