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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할 짓 말랬지"…5분 순간 노린 김태현의 치밀한 계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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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이 27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3월 23일 범행을 저지르고 이틀 뒤 범행현장에서 체포된 지 한 달여 만이다.

살인 포함 5개 혐의 적용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전경.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전경.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는 27일 김태현을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 위반의 5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 등에 대한 보완조사와 디지털포렌식, 대검 통합심리분석 등 과학적 수사기법을 통해 피고인의 혐의를 규명했다”며 “범행 동기와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을 철저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에 구속된 김태현은 경찰 조사와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의 면담을 거쳐 지난 9일 검찰에 송치됐다.

수사 결과 김태현은 지난해 11월부터 온라인게임을 같이 하며 알게 된 피해자 A씨(큰딸)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연락을 차단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 A씨의 연락처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A씨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되어 결국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피고인은 집에 들어가 A씨를 살해할 계획이었으므로 범행에 필요하면 가족들도 살해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택배 도착 알리고 5분간 문 열리기 기다려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8일 찾아간 범행 현장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자 대문과 창문에 경찰이 부착한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있다. 이가람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8일 찾아간 범행 현장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자 대문과 창문에 경찰이 부착한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있다. 이가람 기자

범행 사흘 전부터 김태현은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청테이프 등의 범행도구를 훔치고, 상품 배달을 가장하기 위한 박스와 범행 후 갈아입을 옷 등을 준비했다. 범행 전날에는 자신의 휴대전화 대화내역과 연락처 등을 삭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범행 당일인 지난달 23일에 김태현은 A씨의 주거지 근처 마트에서 과도를 훔친 뒤 오후 5시 35분쯤 A씨의 집을 찾아 상품 배달을 가장하고선 현관문을 두드리고 박스를 문 앞에 내려놓았다. 5분 뒤에 A씨의 동생 B씨가 문을 열자 칼로 위협하며 집에 들어가 B씨를 살해했다.

이후 오후 10시 6분에 귀가한 A씨의 모친 C씨를 살해하고, 한 시간 뒤에 집에 도착한 A씨도 살해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상처 부위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였다”며 “피고인은 범행 전 인터넷을 통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 관련 내용을 검색했다”고 밝혔다.

A씨에게 “후회할 짓은 하지 말랬는데” 문자

검찰은 김태현과 피해자들이 소유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총 16대에 대해 디지털포렌식을 재차 진행하며 추가 증거를 분석했다. 검찰은 지난 2월 7일 A씨가 김태현으로부터 “후회할 짓은 하지 말랬는데 안타깝다. 잘살아 봐”라는 내용과 욕설이 포함된 위협적인 메시지를 받은 내역을 확보했다. 또한 검찰 조사 결과 김태현은 A씨를 살해하기 전 그를 위협해 휴대전화 잠금 패턴을 알아냈으며 살해 후 컴퓨터에 접속해 A씨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수차례 접속해 자신과 관련한 내용을 탐색한 후 대화내역과 친구목록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김태현에 대한 통합심리를 분석한 결과 심신장애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검찰은 김태현이 낮은 자존감과 과도한 집착, 피해의식적 사고 등을 지녔으며 극단적 방법으로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려는 반사회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상대방이 자신을 거절할 경우 일순간에 강렬한 분노감이 쉽게 발현되는 양극단적인 대인관계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검찰, “죄에 상응하는 처벌 받게 할 것”

검찰은 검찰 송치 단계에서부터 피해자지원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사건 송치 전 유족에게 장례비 1200만원을 지원했으며 송치 후에는 범죄피해구조심의회를 열어 유족구조금 6200만원을 지급했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피고인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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