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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철 "안전성 검증된 백신" 간곡한 호소···화이자 움직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7월부터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2000만명분이 순차적으로 한국에 들어온다. 이미 확보해 이미 접종을 시작한 1300만명분과는 별도다.
아스트라제네카(AZ)·얀센 등 아데노 바이러스를 이용한 제조공법의 코로나19 백신에서 희귀 혈전이 생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화이자 백신을 구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화이자백신 2000만명분 확보 막전막후

이런 가운데 한국이 4000만 도즈(2000만명분)을 확보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백신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을 때만 해도 화이자 백신 추가 도입이 확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날 이후 물밑협상에서 진도가 나갔고 23일 권덕철 범정부 백신도입TF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화이자의 아태담당 시난아티리드 최고경영자(CEO)와 통화에서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권 장관은 이달 1일 범정부 TF팀 출범 이후 백신에 매달렸고, 9, 23일 시난 CEO와 두 차례 화상 통화했다. 한번에 한 시간 이상 통화했다.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의 관련 부처 담당자가 배석했다. 9일 통화에서 화이자 측은 “우리는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지 외교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검토는 해보겠다”며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설득이 이어졌다. 권 장관은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청소년도 맞힐 수 있는 백신이다"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다" 등의 논리로 설득했다. 이어 "화이자 백신이 한국에서 안전성이 검증됐다"며 신뢰도 높은 백신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장관이 직접 나선 것도 화이자를 움직이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권덕철 백신도입 TF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코로나19 백신 추가 도입 계약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권덕철 백신도입 TF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코로나19 백신 추가 도입 계약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협상을 벌인 게 이번에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화이자가 세계 1위의 제약업체인 데다 백신 생산을 거듭할수록 수율이 올라가 공장을 늘리지 않고도 생산 물량을 늘릴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율은 기대치 대비 생산 물량의 비율을 말한다. 수율이 높으면 단위 생산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백신의 일부라도 2분기로 당겨서 공급해달라"라고 요청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 2분기까지 이미 공급 국가와 물량이 꽉 짜여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3분기 이후에는 백신 공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2분기 '백신 보릿고개'는 넘기 힘들게 됐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AZ·얀센 백신의 희귀혈전 문제 때문에 찜찜했는데, 화이자 백신을 대량 확보하게 돼 천만다행"이라면서 "계약대로 화이자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게 되면 55세 미만은 화이자, 55세 이상은 AZ백신으로 접종계획을 조정하는 것도 검토할만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화이자가 세계 1위 제약기업인 데다 오랫동안 백신을 만들어온 점에 비춰 계약한 백신을 예정대로 공급할 것"이라며 "범정부TF팀 이전부터 노력을 기울여온 게 이번에 결실을 봤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아마 어디에선가 화이자 백신 구매 계획을 바꾸면서 빠진(남는) 물량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고, 그걸 이번에 우리가 확보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러시아 백신을 들여올 가능성이 더 작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 백신 자료를 검토하고, 유럽연합 등지의 허가 동향을 체크하고 있다"며 "화이자 백신이 추가되면서 백신이 충분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러시아 백신은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서 들여오면 곤란하다고 본다. 얀센 백신을 어떻게 할지 먼저 결정하고, 러시아 백신의 부작용 자료를 확보해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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