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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 호건 "팬더믹 끝나야 아시아계 혐오 잠잠해질 것"

중앙일보

입력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주 주지사의 부인 유미 호건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메릴랜드주 제공]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주 주지사의 부인 유미 호건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메릴랜드주 제공]

"남편 선거 운동할 때였어요. 제 바로 뒤에서 '저 여자 영어 못해'라고 쑥덕거리더군요. 제가 미국에 온 지 40년인데, 인종차별을 수없이 겪었어요. 이젠 한인 동포뿐만 아니라 모든 아시아계가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美 최초 한국계 州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 #"미국 온 지 40년, 인종 차별 수없이 겪어" #"韓 백신 구하기 도와주고 싶은데 연방 정부 관할"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의 부인 유미 호건 여사는 21일(현지시간)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 범죄를 막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메릴랜드주 주도 아나폴리스에 있는 주지사 관저에서 한 워싱턴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차별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언제나 겪어 왔는데, 이번엔 참으로 심각해졌다"면서 "여기서 40년이 넘었으니까 이젠 내 나라가 여기인데도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가 고향인 호건 여사는 2004년 호건 주지사와 결혼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한국계 주(州) 퍼스트레이디다. 호건 주지사는 '한국 사위'로 불린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세 딸을 데리고 재혼했는데, 딸들이 아시안 외모를 갖고 있다. 호건 여사는 "애들이 그때는 얘기를 안 했는데, 학교 다닐 때 '칭총'(중국말을 우스꽝스럽게 부르는 인종차별적 용어)이라고 놀림 받은 얘기를 최근 털어놓아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호건 여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 쿵푸 바이러스라고 불러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확산했다"고 지적했다. 남편이 공화당 소속 주지사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 문제는 팬더믹이 끝나면 잠잠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에서 급증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고 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아시아계에게 책임을 씌우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통제하고 경제가 회복하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여성 4명 등 아시아계 6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연쇄 총격에 대해서는 "누가 봐도 아시아인 혐오 범죄"라면서 경찰이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메릴랜드주는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력과 차별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고 한국계인 로버트 허 전 메릴랜드 연방 검사장에게 위원장을 맡겼다고 소개했다.

호건 여사는 한국이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구하려는 노력과 관련해 "너무나 도와드리고 싶은데 (백신 관리는) 연방정부가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건 남편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건 여사는 "존슨앤드존슨(얀센)은 메릴랜드에 생산 회사가 있지만 주 정부에 (백신을) 팔거나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메릴랜드주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한국 기업 랩지노믹스에서 50만회 검사가 가능한 진단검사 도구를 들여왔다. 호건 여사의 한국과의 인연을 계기로 한국산을 발 빠르게 들여오게 돼 다른 주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초도 물량이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나면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재구매하는 곡절을 겪었다. 메릴랜드주 감사 당국은 서면 계약서가 없는 등 조달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감사 보고서를 내놨다.

호건 주지사는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남편의 2024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호건 여사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남편이 굉장히 말을 많이 아낀다. 메릴랜드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호건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지만 온건 성향이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각을 세웠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주에서 2015년 당선됐다. 민주당원들도 공감할 만한 실용적인 정책을 추진해 주민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아나폴리스(메릴랜드주)=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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