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아가씨들 미용했다" 선 넘은 리얼돌 체험방홍보

중앙일보

입력 2021.04.22 11:12

업데이트 2021.04.24 18:07

최근 서울 시내 한 리얼돌(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체험방이 인근 여자대학교 이름을 홍보에 사용해 논란이 불거졌다. 학생들은 입장문을 내고 관할 기관에 민원을 넣는 등 대응에 나섰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리얼돌 체험방은 지난 3월 “성신여대 아가씨들 미용실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의 홍보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했다. 리얼돌이 긴 머리 가발을 쓴 모습의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리얼돌을 ‘성신여대 아가씨들’로 비유하면서 새 가발 쓴 모습을 “미용실에 다녀왔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성신여대 학생들은 지난 20일 ‘우리는 인형도, 성기구도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해당 지점에서는 리얼돌을 ‘성신여대 아가씨’로 칭하며 남성들의 ‘여대생 판타지’를 영업전략 수단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신여대 아가씨’는 또 다른 OO대 아가씨, 혹은 특정 직종, 지역, 인종 등을 특징으로 하는 OO녀, 심지어는 유명인이나 지인 등 실존 인물을 본뜬 강간 인형의 출현을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며 “존재만으로도 이미 폭력적인 강간 인형이 결국 여성 개개인의 권익마저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별 강간 인형 관련 업소의 영업을 제한하라”며 지자체의 책임도 요구했다. 성명은 성신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랟스보스(RADSBOS)가 작성했으며, 80여개 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해당 업체는 문제가 제기되자 그동안 유튜브에 올라온 홍보 영상 등을 모두 삭제하고 지점명도 ‘성신여대점’에서 ‘성북지점’으로 변경했다.

성신여대 측도 문제를 감지하고 업체 측에 직접 항의했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에 해당 홍보 글을 발견해서 즉시 항의를 해 글을 내리라고 했다”며 “다만 ‘성신여대점’이라는 지점 명을 쓰지 못하게 하려고 법적 검토도 했는데, 지역 지표 이름이라 법적으로는 제재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계속 이 같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학교 이름을 홍보에 사용하면 법적 조치를 하고, 지점 명에 대해서도 항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얼돌체험방이 학교 등 교육시설 인근에 들어올 수 있는 이유는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별도의 허가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리얼돌 체험방은 성인용품점으로 등록돼있어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경계선 200m 내에서는 영업할 수 없다. 최근 경기 용인의 한 리얼돌 체험방이 학교 인근 200m 내에 체험방을 열었다가 문을 닫았다. 성신여대 근처에는 성신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해 개운중·용문중·고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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