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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 지하주차장 ‘코로나 야전병동’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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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본지 김민욱·임현동 기자, ‘백신 접종 1위’ 이스라엘 가다

지난 2월 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쉬바 병원의 지하 병동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쉬바 병원의 지하 병동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하다샤 대학병원은 한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점 의료기관이었다. 지난해 이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는 모두 4500여 명이었다. 400명가량이 집중 치료를 받았다. 하루 최대 150명의 환자가 쏟아져 들어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6명 환자만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집단면역에 다다르면서 확진자가 줄어서다. 하다샤 병원은 최근 코로나19 병동을 일반 병동으로 전환했다.

예루살렘의 코로나 거점 의료기관 #하루 최대 입원자 150명, 현재 6명 #다른 병원들도 속속 일반병동 전환 #네타냐후 “6개월 뒤 아동 백신접종”

코로나19 대유행 속 예루살렘에서는 집단 감염이 곳곳에서 터졌다. 초정통파 유대교인 하레담과 아랍계 집단 거주지발(發) 감염이 영향을 줬다. 현지 매체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들은 당국의 방역·백신 접종 등 방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현지 교민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은 보통 한 가족이 10명 안팎의 대가족을 이뤄 산다. 매주 금요일에는 3대(代)가 한데 모여 식사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이럴 땐 수십 명이 모이기도 한다. 집단 감염에 취약한 생활 방식이다.

더욱이 초정통파는 하루 세 번의 기도를 올린다. 아침과 저녁엔 회당(會堂)을 찾는다. 한 교민은 “기본적으로 (이들에게는) ‘코로나는 신이 통제(치유)한다’는 믿음이 있다”며 “백신을 잘 안 맞으려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이스라엘 피스갓 지에브의 마카비 코로나19 접종센터 외부 진료소가 문을 닫으며 의료진이 사용하던 텐트가 비어 있다.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19일 오전 이스라엘 피스갓 지에브의 마카비 코로나19 접종센터 외부 진료소가 문을 닫으며 의료진이 사용하던 텐트가 비어 있다.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코로나19 병동을 일반 병동으로 전환하는 건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최대 의료기관인 텔아비브의 쉬바 병원은 지난해 3월 지하주차장을 40병상 규모의 야전 병동으로 개조했다. 중증 환자용 병상이 크게 부족하자 나온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다시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환자가 줄어든 건 백신의 영향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해 12월 19일부터 16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접종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접종 속도는 빨랐다. 이스라엘 정부 코로나19 자문위원장인 랜 발리커(감염병학) 벤구리온대 교수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50%가 2개월 안에 1차 이상 접종을 받았다. 19일(현지시간) 기준 이스라엘 국민의 61.9%가 한 번 백신을 맞았다(아워월드인데이터).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환자와 중증 환자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백신 접종률 추이에 따른 하루 확진자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월드오미터·아워월드인데이터]

이스라엘 백신 접종률 추이에 따른 하루 확진자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월드오미터·아워월드인데이터]

최근 이스라엘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100명대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감염재생산 지수(R)는 0.6~0.8 이하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재생산 지수는 한 명의 확진자가 바이러스를 평균 몇 명에게 옮겼는지 보여준다. ‘1’ 이상이면 유행 상황으로 판단한다. 하루 확진자가 600명 안팎으로 쏟아지고 있는 한국의 경우 R 값이 1.1이다.

자연히 중증 환자도 감소했다. 통상 코로나19 환자의 3%가량은 중증으로 악화한다. 이스라엘의 중증 환자는 1월 한때 1200명까지 늘었다. 하루 확진자가 1만 명 안팎씩 쏟아져 나온 영향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현재 중증 환자는 175명으로 떨어졌다. 발리커 교수는 “자체 연구결과 백신 접종으로 유증상 감염을 94% 저감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중증 환자도 92%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6개월 뒤 2차 백신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20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뉴스12 TV를 통해 방영한 연설에서 “6개월 후 두 번째 백신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며 “그때까지 어린이에 대한 접종도 승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예루살렘=김민욱·임현동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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