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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으로 새 단장…가로수길 봄빛 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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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상권이 쇠락했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 영국 유명 조향사 조 말론이 만든 ‘조 러브스’(사진 왼쪽), 거대 전시물을 설치한 아더에러의 ‘아더스페이스 3.0’(오른쪽)등의 입점으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이소아 기자

상권이 쇠락했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 영국 유명 조향사 조 말론이 만든 ‘조 러브스’(사진 왼쪽), 거대 전시물을 설치한 아더에러의 ‘아더스페이스 3.0’(오른쪽)등의 입점으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이소아 기자

수년간 침체했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 국내·외 패션 브랜드들도 속속 가로수길로 모이고 있다.

임대료·경기침체·코로나로 쇠락 #개성 강한 매장들 들어서며 활기 #천연소재 신발, 재활용 소재 옷… #“팬데믹 지나면 아시아 대표상권”

작지만 특색있는 옷 가게와 편집숍, 분위기 좋은 커피 전문점 등이 즐비해 2010년대 중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가로수길은 이후 임대료 상승, 경기침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이 맞물리면서 상권이 쇠락했다. 하지만 올봄을 기점으로 변화가 감지된다. 개성 강한 브랜드들이 속속 매장을 내며 MZ(밀레니얼+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기업인 타파크로스의 김용학 대표는 “가로수길은 대형 프랜차이즈 등 거대 자본이 기존 상점들을 밀어내면서 문화·예술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진 점이 큰 약점이었다”며 “최근 패션 브랜드들이 차별화를 위해 독특한 매장을 선보이면서 조금씩 거리의 개성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H&M 그룹의 ‘아르켓’. 이소아 기자

스웨덴 H&M 그룹의 ‘아르켓’. 이소아 기자

업계와 전문가들은 강남구 청담·압구정동과 인접한 가로수길이 여전히 가장 유행에 민감한 상권 중 하나라고 말한다. 최근 가로수길을 관통하는 최신 트렌드는 친환경이다. 지난 15일 가로수길에 대표매장을 낸 친환경 신발브랜드 ‘올버즈’가 대표적이다. 올버즈는 합성소재 대신 양털이나 유칼립투스 섬유, 사탕수수 등으로 신발을 만든다. 모든 신발엔 제품을 만들기까지 몇 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지 표시가 붙어있다. 앞서 9일 매장을 연 스웨덴 H&M의 ‘아르켓’은 ‘지속가능한 패션’을 앞세워 오래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재활용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옷을 만든다.

친환경 신발 브랜드 ‘올버즈’. 이소아 기자

친환경 신발 브랜드 ‘올버즈’. 이소아 기자

가로수길 초입에는 지난 6일 ‘조 러브스’ 매장이 들어섰다. 영국의 유명 조향사인 조 말론이 만든 브랜드로, 런던 매장과 같은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됐다. 국내 판권을 확보한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가로수길은 일자로 난 중앙도로를 걸으며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 둘 수 있어 특히 패션 브랜드 이미지 각인에 유리한 입지”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문을 연 국내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의 ‘아더스페이스3.0’은 옷 매장이라기보다 전시장이다. 5층 건물 전체를 예술 작품과 체험용 공간으로 채웠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가로수길은 규모가 큰 중·대형 상점들이 많아 원하는 스타일의 매장을 구현하거나 공간을 나눠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다”고 말했다. 기간을 정해두고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도 고정비 부담을 줄이면서 유통산업의 대세인 ‘체험가치’를 제공하는 매장 형태로 자리 잡았다. 내달 2일까지 여는 수제맥주 ‘구스아일랜드’의 팝업스토어는 내부에 미국 와이오밍주의 엘크마운틴 홉 농장을 재현해 놨다.

라이프스타일 전문 홍보대행사 엠퍼블릭의 문지현 대표는 “가로수길은 애플 공식 1호 매장, 나이키의 ‘조던 서울’ 매장 등 이곳에서만 볼 수 있었던 특별한 매장들이 있어, MZ세대가 선호하는 동선을 따라 브랜드를 노출해야 하는 기업들로선 우선순위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르켓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칼 요한 페르손은 “가로수길은 이미 외국인도 꼭 가보고 싶어하는 패션·문화의 핫 플레이스로 부상했다”며 “코로나 상황만 지나가면 아시아 시장의 고객 반응까지 수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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