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복당자 경선 불이익' 손보나…전대 앞둔 민주당 살벌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주당 당권주자인 홍영표(왼쪽부터), 송영길, 우원식 후보. 홍 후보는 19일 송 후보가 탈당 경력자 감산 규정 개정을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뉴스1

민주당 당권주자인 홍영표(왼쪽부터), 송영길, 우원식 후보. 홍 후보는 19일 송 후보가 탈당 경력자 감산 규정 개정을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뉴스1

“송영길 후보가 ‘탈당 경력자 감산 조항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이를 개정하면 당을 지켜온 호남 당원이 피눈물을 흘릴 거다. 당이 어려울 때 배신하지 않던 수많은 당원을 욕보이는 것이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간 토론회에선 홍영표 후보가 ‘탈당 경력자 감산 조항’ 개정 이슈로 송영길 후보를 공격했다. 송 후보가 “처음 듣는 얘기다. 모르겠다”고 반응하면서 논쟁이 이어지진 않았지만, 토론회장엔 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탈당 경력자 감산 조항’이 뭐길래 전당대회의 뇌관으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는 걸까. ‘최근 10년 이내 탈당 경력자에겐 당내 경선에서 25%를 깎는다’고 적혀 있는 민주당 당헌 100조가 문제의 조항이다. 탈당했다가 복당한 인사가 공천을 신청해 경선을 치르게 되면 득표에서 25%를 감점해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이해찬 당 대표 시절인 2019년 ‘4년 이내 탈당 경력자에 25% 감점’으로 도입됐다가 지난해 8월 ‘10년 이내 탈당 경력자’로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지난해 총선 공천 당시 인천 미추홀을 후보 경선에서 3선 구청장 출신 박우섭 후보가 청와대 행정관 출신 남영희 후보에게 권리당원 투표와 시민선거인단 투표에서 모두 이기고도 경선에 탈락한 게 이 조항에 걸려서다. 박 전 구청장은 2017년 2월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가 2019년 5월 복당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소속 초선 의원은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5일 전준위 회의에서 탈당 경력자에 대한 페널티 완화안이 제기됐다”며 “2016년 옛 국민의당 창당 때 탈당한 인사에게 복당 기회를 줘야 한단 취지였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도 일부 참석자가 “왜 탈당자에게 기회를 줘야 하나”라고 반발해 결론을 내진 못 했다.

떠오른 호남 대통합론

이 조항 개정 문제는 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2015년 말~2016년 초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했던 인사들의 복당 타진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주로 박지원·박주선·주승용 전 의원 등을 따라 탈당한 호남인사들이 직접 이해당사자들이다. 옛 국민의당 당직자는 “2017년에 국민의당 당원은 28만5000명이었는데 그중 수만 명이 민주당 탈당 인사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은 옛 국민의당이 2018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갈라졌다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생당으로 재통합되는 과정을 거쳐 아직 민생당원이거나 무소속인 상태다. 광주의 한 민주당 의원은 “감산 조항 때문에 민주당에 들어오지 못하는 시·도 의원급 인사가 어림잡아 수백명”이라며 “해당 지역사회에서 최소한 수백표는 당장 만들어 올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안철수 의원(현 국민의당 대표)은 탈당을 선언하고 호남계 의원들과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중앙포토.

2015년 12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안철수 의원(현 국민의당 대표)은 탈당을 선언하고 호남계 의원들과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중앙포토.

민주당 일각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 결집을 위해서라도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남권의 야권 몰표를 상쇄시킬 수 있는 건 호남 결집뿐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전남 출신의 한 전직 의원은 “민주당이 문호를 열면 분열된 호남 정계도 대선을 앞두고 빠르게 결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파 일색’ 희석될까

나아가 친문 일색인 당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단 기대도 작용한다. 옛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은 비문·중도 성향이 다수다. 이들을 매개로 당원이 늘어나면 극성 친문 지지층의 집단적 의사 표출에 휘둘리는 분위기가 다소 진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문 성향의 한 중진 의원은 “다양한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헌 100조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임기 만료 직전인 지난해 8월 주도해 개정했다. 당내에선 "이 전 대표의 뜻을 알면 쉽게 완화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종택 기자

당헌 100조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임기 만료 직전인 지난해 8월 주도해 개정했다. 당내에선 "이 전 대표의 뜻을 알면 쉽게 완화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종택 기자

전당대회의 쟁점으로 떠오른 건 이 문제가 당 대표 후보들의 유불리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호남 출신의 한 민주당 당직자는 “복당을 타진하는 인사 중엔 현재 민주당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며 “감산 조항 개정에 열려 있는 후보를 도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해당사자가 대부분 호남 출신 비문 성향의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움직임이 계파색이 옅고 전남 출신인 송 후보에게 유리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친문 성향 초선 의원은 “반문과 친문이 이전투구를 벌였던 2016년 이전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대다수 당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복당을 노리는 ‘꼼수’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