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5명 가운데 1명은 국민기초생활 보장 생계급여를 받고 생활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장애인의 건강과 생활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는 전국 등록 장애인 7025명을 대상으로 방문·면접 조사해장애인의 생활실태, 건강상태, 사회‧경제적 상태, 돌봄 특성 및 복지 욕구, 경제적 상태 등을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지난해 5월 기준 262만3000명으로 2017년보다 약 4.2만 명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49.9%로 2017년(46.6%)보다 3.3%p 늘어 고령화 경향을 보였고, 장애인 1인 가구 비율은 27.2%로 2017년(26.4%)보다 증가했다.
조사 결과 장애인 가운데 국민기초생활 보장 생계급여 수급자 비율은 19.0%로 2017년 15.0%보다 4.0%p 늘었다. 이는 전체 인구의 수급률 3.6%(지난해 12월 기준)보다 약 5.3배 높은 수준이다.
장애인 중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 14.0%로 전체 인구(32.4%)의 절반 이하로 낮고 우울감 경험과 생활에서의 스트레스 경험률은 높았다. 장애인이 스스로 건강상태가 ‘좋음 또는 매우 좋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4.0%뿐이지만 48.7%는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이라고 응답했다. 우울감 경험률은 18.2%이고, 자살생각률은 11.1%로 2017년 18.6%와 14.3%보다 낮아졌으나 전체 인구의 우울감 경험률(10.5%)과 비교하면 높았다. 만 19세 이상 장애인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33.7%로 전체 인구의 28.6%보다 5.1%p 높았다.
코로나로 외출 못 해, 의료 서비스 이용도 줄어
코로나19로 인해 장애인이 경험한 가장 큰 어려움은 ‘외출’, ‘정서적 안정’, ‘경제활동’, ‘의료이용’의 순이었다. 지난 1개월간 장애인의 외출 빈도를 보면 ‘거의 매일 외출하는 경우’는 45.4%로 2017년 70.1%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전혀 외출하지 않는 경우’는 8.8%로 2017년 4.5%보다 약 2배 정도 늘었다.
보건‧의료서비스 이용도 어려워졌다. 장애인의 76.3%가 최근 1년간 자신의 장애에 대한 치료, 재활, 건강관리를 포함하여 정기적‧지속적 진료를 이용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2017년보다 6.0%p 감소한 수치다. 장애인의 32.4%가 최근 1년간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2017년(17%)보다 크게 늘었다.
주된 이유는 ‘의료기관까지 이동 불편’, ‘경제적 이유’, ‘증상이 가벼워서’ 등이었고,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장애인의 외출빈도가 많이 감소한 점도 병·의원 이용 경험에 영향을 미쳤다. 장애인의 39.8% 교통수단 이용이 어렵다고 응답했는데 이유는 ‘버스·택시가 불편해서’(52.6%), ‘장애인 콜택시 등 전용교통수단 부족’(17.4%), ‘지하철 편의시설 부족’(12.1%)의 순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의 생활만족도는 3.2점(5점 만점)으로 2017년과 비슷했으나, 문화 및 여가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2.9점으로 2017년(2.9점)보다 낮아졌다.
장애인 스스로 경제상태를 상층 혹은 중층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30.6%로 2017년에 비해 7.9%p 감소했지만 하층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69.4%로 7.9%p 증가했다. 장애인 가구소득은 전국 가구의71% 수준으로 낮았고, 소득분위 1~2분위에 59.8%가 분포하는 등 저소득가구 비중이 높았다.
주지원자는‘가족’ 77%, 바라는 건 ‘소득보장’ 48.9%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주지원자는 가족구성원이 76.9%(2017년 81.9%)로 여전히 가족 비중이 높게 나타났으나, 공적 돌봄서비스 제공자인 경우도 18.7%로 지속해서 증가추세를 보였다.
국가 및 사회에 가장 우선으로 요구하는 바는 ▶소득보장(48.9%) ▶의료보장(27.9%) ▶주거보장(7.4%) ▶고용보장(3.6%)의 순이었다. 여성장애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자녀 양육 지원 서비스(13.3%)가 가장 선호도가 높았고, 장애인 활동 지원서비스(11.3%), 출산비용 지원(10.2%), 건강관리 프로그램(10.0%) 등이 뒤를 이었다.
박인석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장애인들의 현황과 욕구를 장애인 정책에 반영하고, 코로나 19 장기화로 인한 장애인과 그 가족의 어려움 해소를 위한 장애인 지원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