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관에 적극 해명 … 로드쇼도 검토

중앙일보

입력

MBC 측이 PD수첩팀의 '황우석 교수 파문'에 대한 사과방송을 한 4일 밤 황우석 교수팀은 밤샘 대책회의를 했다.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강성근 교수 등 황 교수팀의 핵심 멤버들은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연구실에서 추락한 국제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인 만큼 이에 주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세계줄기세포허브 활성화 등을 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황 교수 연구팀으로서는 해외 신뢰의 회복이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안 교수는 "줄기세포 가짜 의혹과 난자 파동이 한꺼번에 겹쳐 그동안 쌓아놓은 해외 네트워크와 신뢰가 많이 손상됐다"며 "앞으로 해외 연구자들에게 현재 국제 윤리규정 등을 성실하게 지켜나가고 있는 점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황 교수에 대한 해외 과학계의 기존 신뢰도가 100이라면 이번 파문으로 30까지 떨어진 것을 이른 시일 안에 60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황 교수팀이 2004년 '복제배아 줄기세포 추출' 연구 때 연구원 난자를 사용한 것이나 기증자에게 일부 금전적 보상을 한 것 등이 일부 언론에 비친 것처럼 비윤리적이거나 헬싱키선언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할 계획이다. 연구원 난자 제공의 경우 헬싱키 선언에서 완전히 금지한 것이 아니라 '주의'를 하라는 것이고, 미국과 한국에선 윤리 관련 규정이 올해 제정됐는데도 황 교수팀이 마치 그 규정을 어긴 것으로 보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올 5월 발표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 때 "윤리학자를 연구에 참여해 국제수준보다 더 높게 윤리 규정을 준수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최근 생명윤리 전문 학술지인 '아메리칸 저널 오브 에틱스'는 "올 5월 황 교수팀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 논문을 검토한 결과 매우 의미 있는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었다. 과거 연구에는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올해 연구에서는 생명윤리적 측면에서 평가할 만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또 "일부 해외 저명 과학자들도 '2004년 연구 성과를 낼 때에 비해 1년 만에 괄목할 만큼 윤리 문제가 개선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고 안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줄기세포 가짜 파문'보다 '난자 윤리 문제'를 해소하는 데 더욱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줄기세포 가짜 파문은 논문을 실었던 과학저널 사이언스를 비롯해 세계 어느 과학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줄기세포 전문가들이 황 교수 연구실을 방문해 배아복제 과정에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과정까지 며칠에 걸쳐 직접 눈으로 보고 간 덕분이다.

사이언스가 논문 심사위원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황 교수 연구실을 방문한 과학자 중에는 올 5월 사이언스에 실린 황 교수팀 논문을 심사한 과학자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황 교수팀은 추측하고 있다.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황 교수의 '난자 파문'이 일 때도 각국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윤리 문제로 황 교수가 타격을 받을지언정 연구 성과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논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으로 황 교수팀은 해석하고 있다. 스웨덴 칼롤린스카연구소 조나스 프리슨 줄기세포연구소장은 "윤리 문제가 황 교수와의 공동연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슨 소장은 서울대 수의대에 2명의 연구원을 파견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에디슨 리우 지놈연구원장도 지난달 말 안 교수를 만나 "윤리 문제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국제기준이 없어 어느 나라에서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이 문제가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황 교수 연구와 관련한 해외 과학계의 반응이나 언론 동향 등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며 "해외 학회 등 과학자들이 함께 모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황 교수팀의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팀의 한 측근은 "해외의 연구기관과 대학 등을 찾아가 이번 파문과 관련된 의혹을 해명하고 향후 연구계획을 밝히는 일종의 로드쇼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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