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불청객 안면홍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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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얼굴이 유난히 빨갛게 달아오르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겨울의 불청객인 안면홍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안면홍조는 그 자체가 질병은 아니지만 병.의원에선 질병에 준해 치료한다. 자주 반복될 경우 생활에 심한 불편을 주기 때문이다. 왜 하필 얼굴일까? 얼굴(특히 양 볼)에는 다른 부위에 비해 혈관이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 혈관이 확장되면 모세혈관을 통해 피가 많이 흐르면서 얼굴이 불그스름해진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일러스트레이션=강일구

*** 왜 얼굴이 붉어질까

관동대 명지병원 피부과 조한경 교수는 "일시적으로 안면홍조가 오는 가장 흔한 원인은 정신적 긴장.스트레스.수치.부끄럼 등 정서적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정서적 홍조다. 특징은 홍조가 얼굴.목 부위에 주로 나타나고 땀.모세혈관 확장증이 자주 동반되는 것이다. 심리적인 갈등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이 당황.분노.흥분했을 때 이런 증상을 곧잘 보인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뜨거운 목욕이나 음식, 심한 운동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술)도 안면홍조를 부른다. 알코올 섭취 뒤의 안면홍조는 알코올 분해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의 혈중 농도가 높아진 결과다. 따라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가 부족한 사람은 술을 조금 마셔도 얼굴이 붉어진다. 이런 사람에겐 절주가 최선의 약이다.

지나친 알코올 섭취는 '주사비(딸기코)'를 부를 수 있다. 코끝이 붉어지고, 코에 뾰루지가 나거나 울퉁불퉁해진다. 이 역시 만성적인 안면홍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주사비는 병명과 달리 항상 술이 원인인 것은 아니다. 호르몬 이상, 모세혈관 장애, 스트레스 등 술 외에 다른 원인으로도 생길 수 있다.

의약품의 부작용으로도 안면홍조가 생길 수 있다. 고혈압 약인 니페디핀.베라파밀, 심장병약인 니트로글리세린, 결핵약인 리팜핀 등이 이 부류에 속하지만 이 밖에도 많다. 이 경우 원인이 되는 약을 끊으면 증상이 금세 사라진다.

*** 안면홍조 대처법

안면홍조로 고민인 사람은 자외선을 특히 유념해야 한다. 자외선이 혈관을 지지하는 탄력 섬유를 파괴하면 모세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김낙인 교수는 "안면홍조가 잦은 사람은 나들이할 때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든 보습제를 가볍게 발라야 한다"며 "직사광선을 피하고 뜨거운 욕조.사우나.찜질방, 심한 피부 마사지도 되도록 멀리할 것"을 권했다.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들어갈 때는 미리 손바닥으로 볼을 가볍게 마사지해 얼굴 온도를 높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얼굴만 가리는 것보다는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심한 운동과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피하고, 난로의 열기를 직접 얼굴에 쬐지 않도록 한다. 샤워나 세안할 때는 미지근한 물로 하되 마지막에 찬물로 헹궈준다. 술을 마시면 혈관이 늘어나므로 자주 마시지 말아야 한다. 얼굴이 붉어졌다고 무턱대고 아무 연고나 바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과거엔 피부과에서 주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했지만, 혈관이 늘어나거나 피부가 얇아지는 등 부작용이 문제였다"며 "최근엔 확장된 혈관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IPL(복합 파장 광치료기의 일종)과 레이저로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확장된 혈관은 저절로 원상복구되지 않으므로 IPL과 레이저를 이용해 늘어난 혈관을 파괴하거나 줄인다는 것이다.

*** 갱년기 여성은

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49.7세. 폐경 1~2년 전부터 다양한 갱년기 증후군이 밀려온다. 이중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이 얼굴 화끈거림이다.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과정에서 체온조절중추가 함께 자극받아 체온이 순간적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갱년기 여성의 약 75%가 이 같은 현상을 경험한다. 이중 80%는 2년 내에 증상이 사라지지만 폐경 5년 후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갱년기 여성의 안면홍조 발생 빈도는 개인 차가 크다. 한 달 몇 회에서, 한 시간에 몇 회까지 천차만별이다. 증상은 특히 밤에 방안이 더울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더 자주 심하게 나타난다. 평균 지속 시간은 약 3분이지만 이 역시 개인마다 차이가 난다.

한림대 의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전현아 교수는 "안면홍조는 심리적인 불편을 줄 뿐 아니라 수면 중 자주 깨게 만들어 수면장애.피로를 유발시킨다"고 지적했다.

증세를 완화하려면 무엇보다 불안한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더운 날씨나 따뜻한 장소에 오랫동안 머물거나 매운 음식, 더운 음식, 향이 강한 양념이 든 음식을 즐겨 먹는 것은 곤란하다.

대신 콩.두부 등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음식은 권장할 만하다.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겨울에 두꺼운 옷보다는 얇은 옷을 겹쳐 입고 찬물을 많이 마시도록 한다.

*** 안면홍조 예방수칙

■외출시 자외선 차단성분이 든 보습 크림을 가볍게 바른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사우나나 심한 피부 마사지도 되도록 피한다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해 찬바람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맵거나 뜨거운 음식, 치즈.초콜릿.카페인 함유음료.술.담배 등을 삼간다

■온도차가 심한 환경을 피한다

■뜨거운 물에서 목욕을 하거나, 추운 곳에서 뜨거운 곳으로 갑자기 들어가는 것을 삼간다

■약물.식품첨가물.발효 식품이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원인을 제거한다

■혈관확장제.칼슘차단제.말초혈액순환제 등을 복용할 때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약품 복용에 주의한다

■갱년기 여성의 경우 폐경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

자료=경희대병원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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