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리스크 가치 평가로 건전성·수익성 두 토끼 잡아

중앙선데이

입력 2021.04.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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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호 13면

A사 임금 체불로 광주광역시 해당 지점 연체율 상승, B사 대출 3개월 이상 연체로 전주지점 부실채권 비율 상승.

지방 한계 극복한 JB금융
위험 관리 시스템 구축, 매일 체크
중위험·중금리 상품으로 수익 늘려

정부 보증·외국인 대출 틈새 공략
작년 순익 22% 급증, 자산도 늘어
국내외 은행·증권사 추가 인수 예정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출근과 동시에 각 지점에서 올라온 리스크 관리 지표를 받아본다. 컴퓨터를 켜면 자체 개발한 ‘리스크 관리 현황 프로그램’이 바로 구동된다. 이 프로그램으로 날짜별 연체율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예금·대출 규모 등 그룹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김 회장이 2019년 취임과 동시에 만든 항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다. 금융회사가 리스크 관리에 미숙하면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지방 금융지주인 JB금융은 지난해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지방 금융지주 2위를 지켰다. 2019년 3월, 그가 JB금융 회장에 취임할 당시 그의 앞에 놓인 숙제는 성장과 발전이었다. 그러나 JB금융은 ‘지방’ 금융지주라는 태생적 한계가 분명했다. 지방은 대체로 지역경제 노후화로 여·수신 기반은 취약하고, 특정 산업 쏠림이 심해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 제한적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시중은행들과 맞대결을 펼치긴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놓인 김 회장이 첫 번째로 제시한 건 ‘건전성 강화’였다.

김 회장 취임 당시 JB금융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9.02%로 금융감독원 권고 기준 9.5%에 한참 미달했다. 건전성을 높이라는 금융당국의 압력도 높았다. 이에 김 회장은 마진이 크지만 부실 가능성이 높은 여신을 상당량 털어냈다. 이 덕에 CET1 비율은 10.05%(2020년 기준)로 크게 올렸고,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을 2018년 1.96%에서 지난해 1.76%로 끌어 내렸다. 일반적으로 은행이 건전성을 높이면 고신용자나 담보가치가 확실한 상품을 취급하게 돼 수익성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런데, 김 회장은 건전성을 높인 것과 동시에 수익성도 개선했다. 지난해 J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3908억원으로 2018년 대비 21.74% 급증했다. 지난해 은행 계열사의 순이자마진(NIM)은 2.24%로 전국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본지와 만나 “중위험·중금리 상품에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중금리 상품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총액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늘리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중금리 대출 상품 판매에 따른 리스크 증가는 대출자의 신용도와 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금리에 반영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대형 시중은행들과 농협의 외면 속에 저축은행마저 붕괴하며 지방의 급여생활자·소상공인들은 금융 통로가 좁아졌다. JB금융은 이 시장을 중금리 대출로 두드려 문을 활짝 열었다. 김 회장은 “대부분 은행이 리스크를 회피하는 데 주력하지만, JB금융은 리스크를 가치 평가해 비용과 연동한 뒤 수익으로 결부 지었다”며 “금리 산정에 조금 더 신중했고, 고마진을 고려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중금리 대출은 사실 리스크 관리만 된다면 자산 규모를 늘리지 않고도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금융사가 회피한다.

김 회장이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건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 리스크 관리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미국 배럿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주리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조지아대에서 보험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보험은 중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하며, 위험 관리를 위한 수익 체계를 갖추고 있다. 김 회장의 전공 자체가 ‘리스크 관리를 통한 수익 창출’인 셈이다. 김 회장이 아침마다 모든 계열사의 건전성 지표를 일일이 챙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JB금융은 중금리 상품 취급을 늘리며 자산 규모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8년 46조7798억원에서 지난해 53조3754억원으로 2년 새 14.09% 불었다. 특히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소상공인 대상 보증 대출을 싹쓸이했다. 정부가 보증하기 때문에 돈 떼일 염려가 적고 수익성도 좋다. 매력적 시장이지만 대형 시중은행들로선 역량을 집중하기에 작은 시장이다. 이런 정부보증 사업은 그간 저축은행들이 독식해왔다. JB금융은 이를 겨냥 지난해 코로나19 정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단을 꾸려서 전라남북도 곳곳을 누비며 공격적으로 영업했다. 정부 보증이 필요 없는 고객에게는 보증 대신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고객별 맞춤 대응한 것도 주효했다. 또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운용하는 등 중금리 상품도 다각화했다.

임기의 반환점을 돈 김 회장의 남은 과제는 외형성장과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다. 지난 2년간 질적 기반을 닦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자산 규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눈덩이(자산)를 크게 만들어 굴려야 5대 금융지주사와 경쟁할 만큼의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JB금융은 저축은행과 해외 은행·증권사 등을 추가 인수할 예정이다. 여성 임원이나 이사회 멤버를 꾸리지 않는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도 김 회장이 당장 극복할 과제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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