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고질라 VS. 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큰 스크린으로 스펙터클을 관람하는 건, 영화라는 엔터테인먼트의 기본적 즐거움이자 우리가 영화관에 가는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 일상적인 재미는 위협받고 있다. 관객이 줄며 멀티플렉스는 큰 타격을 받았고, 블록버스터 대작들은 개봉 라인업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거나 OTT로 향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고질라 VS. 콩’은 스케일의 묵직함을 주는 영화이며, 오랜만에 만난 ‘극장용 영화’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관객들이 제목에서 기대하는 부분을 정확히 수행한다. 고질라와 콩의 격돌과, 거대한 괴수들이 만들어내는 스펙터클. 특히 고질라와 콩이 처음 대결하는 해양 액션 신은,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그 육중한 타격감이 짜릿함을 주는 장면이다. 스컬 아일랜드를 떠나게 된 콩은 큰 선박 위에 있다. 이때 고질라는 바닷속을 헤치며 콩에게 돌진한다. 드디어 만난 두 괴수. 이때 먼저 주먹을 날리는 건 콩인데, 콩의 러시안 훅에 가까운 펀치를 맞고 고질라는 쓰러지며, 그 위를 콩이 덮친다.

고질라콩

고질라콩

짧지만 에너지 넘치는 이 대목은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극도로 자극하는 액션 스펙터클이며, ‘콩이 고질라를 가격한다’는 상황을 충실하게 비주얼로 만든 단순함이 주는 쾌감이다. ‘고질라 VS. 콩’의 전반부는 오로지 이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며, 그 장면은 괴수 영화만이 선사할 수 있는 ‘길티 플레저’이기도 하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