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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반기 든 인구 270만 유럽 약소국 ... 위험한데 영리한 전략?

중앙일보

입력

인구는 겨우 270만 명, 땅덩어리는 남한의 약 65%에 불과한 나라.

‘발트 3국(북유럽 발트해 동쪽의 세 나라)’ 중 한 곳인 리투아니아의 ‘스펙’이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유럽의 약소국인 이 나라가 최근 유럽을 넘어 중국과 미국의 시선을 끌고 있다. 중국에 대놓고 쓴소리를 하고 있어서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신장위구르자치구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에 제재를 가한 것이 발단이었다.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며 맞불 격의 제재를 놨고 불매운동도 벌어졌다. 그러자 프랑스와 독일 등 EU 주요국이 중국 대사들을 초치하며 또다시 항의를 표시했다.

리투아니아 역시 이 대열에 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 더 나아가 대만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올해 안’이라고 시점도 못 박았다. 중국 정부는 “대만의 분리 세력에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며 대놓고 이 나라를 비방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리투아니아 [사진 셔터스톡]

리투아니아 [사진 셔터스톡]

여러모로 중국과 비교도 되지 않는 이 작은 나라의 행동에 중국 정부는 왜 이토록 신경을 쓰는 것일까.

리투아니아가 '중국-중부ㆍ동유럽 국가 간 협력체(China-CEEㆍCEEC)'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CEEC는 중국과 유럽 17개국의 협력체란 의미에서 통상 ‘17+1’이라고 불린다. 유럽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추진하던 중국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2012년 설립됐다. 매년 정상회의가 열리며 교역 규모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 있음은 물론이다.

중국이 CEEC를 애지중지 여기는 것은 역시, 미국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갖은 제재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어떻게든 유럽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려 애쓰고 있다. 지난해 EU와 투자 협정 체결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유럽 투자협정 체결 회의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중국-유럽 투자협정 체결 회의 [로이터=연합뉴스]

리투아니아는 덩치는 작아도 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데다 CEEC의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중국 입장에선 마냥 무시할 수 없단 얘기다.

독일의소리(DW)는 “최근 리투아니아가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에 거부감을 표출하고 대만과의 무역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며 “EU가 중국과 투자 협정까지 맺으려는 마당에 굉장히 이례적이고 과감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헝가리를 비롯한 다른 중부 유럽 국가들이 중국에 점점 더 가깝게 다가가는 것과 비교해도 확연히 다른 모습이며, 위험하지만 한편으론 영리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중국-EU 투자협정 체결 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 [신화=연합뉴스]

중국-EU 투자협정 체결 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 [신화=연합뉴스]

이 나라가 이러는 이유는 무엇일까.

DW는 “리투아니아는 약소국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대립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나라 중 하나”라며 “권위주의에 반대하고 나토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전통적인 외교정책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권위주의 국가에 마냥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란 설명이다.

CEEC를 통해 실질적으로 득을 보지 못한 데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란 분석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경제적인 이익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 중국과 협력함으로써 발생하는 정치적 비용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리투아니아 외무부 인사는 최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사용해 자유주의적 가치를 약화시킬 수 있어 반대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CEEC에서 어떤 이득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열린 CEEC 회의. 중국과 중유럽, 동유럽 국가들. [신화=연합뉴스]

지난 2월 열린 CEEC 회의. 중국과 중유럽, 동유럽 국가들. [신화=연합뉴스]

무엇보다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중국하고 사이가 벌어져도 크게 손해 볼 일이 없단 얘기다. 리투아니아가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상품은 5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실은 이 모든 것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에 대한 자국의 ‘확고한 입장’을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먼저 밝힘으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겠다는 전략이란 얘기다.

어찌 됐든 중국은 당분간 이 나라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리투아니아의 대만 지지는 중국의 유럽 외교에 또 다른 타격”(더 디플로맷)이라서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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