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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착륙 관광비행 왜 하나?…“비행기도 타고 면세 쇼핑도”

중앙일보

입력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이용한 한 탑승객이 기내에서 기념사진을 직고 있다. 최승표 기자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이용한 한 탑승객이 기내에서 기념사진을 직고 있다. 최승표 기자

“1년 만에 비행기 타니까 설레네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지난 10일 오전 9시에 만난 이모(66·여)씨는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씨는 “2019년 11월 여고 동창들과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게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다”고 했다. 그는 “3주 전쯤 비행 일정을 확인하고부터 기분이 내내 들떠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도 여고 동창 김모씨와 함께였다. 김씨는 “해외에 내리지 못하고 돌아오긴 하지만 오랜만에 여행 기분도 내고 좋다”며 웃었다.

에어부산의 이날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은 오전 10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일본 대마도 상공을 거쳐 인천으로 다시 돌아오는 2시간 일정이었다. 공항엔 친구, 부부, 모녀 커플이 많았지만 홀로 타는 남성 승객도 더러 보였다. 지난해 말 결혼해 신혼인 김경준(35)씨는 아내 생일에 줄 해외명품 브랜드 지갑을 사려고 지난달 처음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이용했다. 그는 “600달러까지 면세가 되다보니 시중 가격보다 20% 싸게 샀다”며 “무착륙 비행 항공권을 10만원 안팎에 구입하고, 해외명품 면세 쇼핑을 고려하면 1년에 한 두번은 탈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 여행보다는 면세 쇼핑 목적이 크다보니 이번 여행이 네 번째라는 중년 남성 승객도 있었다. 김모(58)씨는 “작년에 해외여행을 못 가니 정말 답답했다”며 “워낙 쇼핑을 즐겨해 작년 말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상품이 나오자마자 이용했다. 오늘이 네 번째 탑승”이라고 웃었다. 그는 “매번 갈 때마다 가족이 부탁한 쇼핑까지 하니 5000달러는 거의 채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옆엔 탑승 전 면세점에서 쇼핑한 물건을 담은 캐리어 서 너 개가 놓여 있었다.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1인당 600달러 면세 한도를 초과해 세금을 내더라도 내국인 구매 한도 5000달러에 맞춰 명품 가방과 시계 등을 사는 승객이 적지 않다. 김씨는 “다만 면세점 상품이 코로나19 이전 때보다 다양한 구색은 떨어진다. 화장품·향수 테스트도 못하는 건 아쉬운 대목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1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무착륙 관광비행을 떠나는 이용객들이 구입한 면세품을 들고 탑승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무착륙 관광비행을 떠나는 이용객들이 구입한 면세품을 들고 탑승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에어부산에 오른 승객은 총 130명. 방역 지침에 따라 좌석이 한 칸씩 건너띄고 배정돼 탑승 좌석의 절반만 채워졌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하자 기념사진을 찍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 이륙 후 45분이 지나자 “일본 대마도 상공에 도착했다”는 기장의 안내가 흘러나왔다. 창 밖을 내다보기도 했지만 잠을 청하는 승객이 대다수였다. 기내식은 나오지 않는다.

오전 11시50분,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내렸다. 이륙부터 도착까지 2시간 안팎으로 ‘짧은’ 여정이었다. 박모(63·여)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해외여행을 자주 나가는 편이었다. 비행기도 타고, 쇼핑도 할겸 무착륙 관광비행을 이용한 게 두 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여행시간은 짧지만 쇼핑 목록이 많으면 세관검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며 “비행이 끝나면 출국장까지 전력질주하는 게 꿀팁”이라고 귀띔했다. 출국장에서 세관원들이 면세한도를 초과한 쇼핑 품목당 면세 세율을 적용해 세금 계산을 하다보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서다.

무착륙관광비행 탑승객 중 롯데면세점 구매 인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무착륙관광비행 탑승객 중 롯데면세점 구매 인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롯데면세점 무착륙 면세쇼핑 구매품목 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롯데면세점 무착륙 면세쇼핑 구매품목 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탑승객 수는 올해 3월까지 넉 달간 7900명 남짓된다. 면세 쇼핑 등의 이점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탑승객이 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면세점 이용객이 600명대에서 3월엔 1600명대로 늘었다”며 “코로나19로 힘든 항공·면세업계가 할인 행사를 많이 하다보니 무착륙 비행 탑승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무착륙 관광비행으로 지난해 12월~3월 롯데면세점을 이용한 면세 쇼핑의 객단가는 약 120만 원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약 3배 높다. 국토교통부는 내달부턴 인천국제공항뿐 아니라 지방(김포·대구·부산) 공항에서의 무착륙 관광비행도 추가로 허가했다.

인천=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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