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파괴없는 줄기세포 추출법 개발

중앙일보

입력

배아를 파괴하지 않고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개발됐다.

이는 모두 쥐실험에서 성공한 것이지만 만약 인간배아의 경우도 이 방법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둘러싼 윤리논쟁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미국 줄기세포연구회사인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러지의 로버트 랜저 박사와 화이트헤드 생의학연구소의 로돌프 제니시 박사가 각각 개발한 것으로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연구논문이 실렸다.

랜저 박사가 개발한 방법은 시험관수정을 통한 불임치료에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기 앞서 유전질환을 검사하기 위해 행해지는 착상전 유전진단(PGD)에 사용되는 초기단계의 배아를 이용하는 것이다.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수정된 지 5일이 경과돼 최고 150개로 불어난 세포 덩어리의 내부로부터 줄기세포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줄기세포가 채취된 배아는 파괴될 수밖에 없고 이 배아의 파괴가 바로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윤리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랜저 박사는 PGD에 이용되는 수정 후 2일 된 8세포 배아에서 세포 하나를 빼낸 다음 이를 배양해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세포 하나가 빠져 7개만 남은 초기단계의 배아는 아무런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성장했으며 결국은 쥐의 자궁에 넣어져 새끼가 태어났다.

한편 제니시 박사가 개발한 방법은 치료복제에 쓰이는 체세포핵이식을 변형시킨 것이다. 즉 쥐의 난자로부터 DNA가 담긴 핵을 제거하고 대신 쥐의 체세포 핵을 삽입한 다음 핵 속의 Cdx-2 유전자 활동을 차단해 자궁 착상이 가능한 단계의 배아로 자라지 못하게 하는 막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의 초기배아는 계속 분열하면서 줄기세포 채취가 가능할 때까지 자랐다. 이른바 변형된 체세포핵이식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모두 배아를 파괴하지 않고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인간배아의 경우에도 이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이 새로운 방법에 대해 연구용 줄기세포 제한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인 윌리엄 헐버트 박사는 변형된 체세포핵이식 방법으로 만들어진 배아는 성장능력을 갖지 못한 "비배아적 개체"라면서 이 방법을 옹호하고 나섰다.

미국의 카톨릭교회도 이 새로운 방법에 찬성을 표시했다. 전국카톨릭생물윤리센터 교육실장 태드 파촐치크 신부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이며 "올바른 방향으로의 접근"이라고 논평했다.

이는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윤리논쟁에 해답을 줄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파촐치크 신부는 강조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옹호하고 있는 의학연구진흥연대(CAMR)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방법들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뉴욕 AP=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