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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이소미 얼굴에 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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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소미는 “바람이 불면 순응하고 활용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고 말했다. [사진 KLPGA]

이소미는 “바람이 불면 순응하고 활용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고 말했다. [사진 KLPGA]

한국 프로골프가 기지개를 켰다. 올해 첫 경기는 롯데스카이힐CC 제주에서 열린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렌터가 여자오픈이었다. 이소미(22)가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쳐 최종합계 6언더파로 우승했다. 지난해 10월 휴엔케어 여자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데 이어 통산 2승이다.

KLPGA 개막전 롯데렌터카 우승 #마지막 날 장하나·이다연 따돌려 #지난해에 이어 바람에 강한 모습 #스스로를 잘 알게되자 더 좋아져

바람이 많이 불었다. 2라운드에 시작된 바람은 최종라운드에서도 최고 초속 6m로 깃대를 흔들어댔다. 이날 언더파를 친 선수는 9명뿐이었다. 1~4라운드 합계 언더파는 3명이었다. 경기위원회가 6370야드였던 전장을 최종 라운드에서는 6201야드로 줄였는데도 그랬다.

챔피언조에서 1라운드 선두 장하나, 2라운드 선두 이다연, 그리고 3라운드 선두 이소미가 함께 경기했다. 세 선수 모두 집중력이 좋았지만, 초반에는 2타 차 3위로 출발한 장하나의 뚝심이 돋보였다. 1, 3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이다연, 이소미를 따라잡았다. 이다연은 OB를 내는 바람에 경쟁에서 탈락했다. 이소미가 도망가면 장하나가 쫓아갔다.

13번 홀에서 두 선수는 다시 만났다. 거센 바람 속에서 장하나가 더 뛰어난 샷을 날렸다. 그러나 퍼트가 살짝살짝 홀을 스쳐 점수는 줄이지 못했다. 장하나는 여러 차례 바람에 흔들린 머리를 캐디가 잡아준 상태에서 스트로크를 연습했다. 장하나가 자꾸 기회를 놓치자 이소미가 15번 홀 버디로 달아났다.

16번 홀이 분수령이었다. 장하나는 티샷을 왼쪽, 이소미는 오른쪽 페어웨이에 떨궜다. 장하나 쪽에서는 커다란 벙커에 가려 핀이 보이지 않았다. 벙커가 부담된 장하나는 길게 쳤고 공은 그린을 살짝 넘어갔다. 그곳 그린은 가파른 내리막이었다. 장하나는 신중하게 칩샷을 했지만, 공은 홀을 지나 20m 정도 굴러갔다. 결국 3퍼트로 더블보기를 했다. 이소미에 3타 차로 뒤처졌다.

이날 진행 중이던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15번 홀의 김시우와 비슷했다. 김시우는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열린 대회 1, 2라운드 연거푸 15번 홀에서 그린을 넘겼고 내리막 칩샷에 애를 먹었다. 한 번은 공이 그린을 지나 물에 빠졌고, 한 번은 그린 끝 프린지까지 갔다. 화가 나 퍼터로 땅을 찍었다가 망가져 이후 우드로 퍼트했다.

이소미는 투어 3년 차다. 지난해까지 5차례나 선두로 출발했다가 역전당했다. 지난해 10월 휴엔케어 여자오픈에서 처음 우승했다. 당시 강한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우승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그랬다.

이소미는 “바람 불면 나도 힘들다. 그러나 나는 바람을 이기려 하기보다 바람에 순응하고 활용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 또 주변을 생각하지 않고 나 자신에 집중하려 했다. 3번 홀에서 내가 보기 하고 다른 선수들이 버디 했는데, 사실 나 자신에 집중하느라 버디 한 줄도 몰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어 “첫 우승 때는 매우 긴장하고 위험을 회피했는데, 동계훈련에서 한연희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후 비교적 여유 있게 우승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희경 해설위원은 “이소미는 지난 시즌 그린 적중률 3위였다. 퍼트가 좋아진다면 훨씬 더 뛰어난 성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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