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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접종할 30세 미만 64만명…AZ 대체할 백신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어르신들이 백신 예방접종을 하는 모습. 뉴스1

9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어르신들이 백신 예방접종을 하는 모습. 뉴스1

정부가 ‘희귀 혈전’ 생성 논란으로 잠시 중단했던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재개하면서 30세 미만을 접종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현재로써는 대체할 백신 물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접종 대상자 중 30세 미만은 64만명에 달한다. 접종 속도를 내려 수정한 2분기 접종 계획도 다시 짜야 할 처지다. 벌써 접종지연이 우려된다.

연령별 위험·이익 분석 결과 연령 높을수록 접종 이득

11일 아스트라제네카(AZ)의 잠재적 이득과 위험 비교 설명하는 정은경 청장. 연합뉴스

11일 아스트라제네카(AZ)의 잠재적 이득과 위험 비교 설명하는 정은경 청장. 연합뉴스

11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30세 미만을 AZ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결정한 건 접종위험이 이득보다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국가예방접종전문위원장인 최은화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정례 브리핑에서 “희귀 혈전증은 젊은 연령에서 더 흔히 발생하는 추세가 관찰된 반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 감염과 사망의 위험은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현저히 증가한다”며 “위험대비 이득이 높지 않다고 평가된 30세 미만에 대해서는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AZ 백신 접종 시 연령대별 이득과 위험을 비교 분석한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모든 변수를 고려해 시나리오 6개를 만들어 예측한 결과 가장 보수적인 예측에서도 50세 이상의 집단에서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잠재적 피해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사망 예방)과 위험(희귀 혈전으로 인한 사망) 정도를 비교할 때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에서 이득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30대의 경우 1.7배 ▶40대의 경우 3.1배 ▶50대의 경우 10.7배 ▶60대의 경우 42.1배 ▶70대의 경우 215.5배 ▶80대 이상일 경우 690.3배 더 이득이었다.

20대는 AZ 접종 이득보다 위험 높아 

9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이들이 줄을 백신접종을 위해 줄을 서있다. 뉴스1

9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이들이 줄을 백신접종을 위해 줄을 서있다. 뉴스1

다만 20대의 경우 이득이 위험의 0.7배로 1보다 낮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사망 건수가 2.8건인 반면 백신 접종 후 희귀 혈전으로 인한 예상 사망 건수는 4건으로 위험이 더 높았다. 정 교수는 “30세 미만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 자체도 낮기 때문에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해와 이익을 평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득과 위험이 비슷해 접종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방역당국은 이미 1차 접종을 완료한 이들은 연령에 상관없이 2차 접종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2분기 계획서 배제된 64만명…대체 백신 없어

문제는 이번에 접종이 밀린 대상자에게 대체할 백신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결정으로 2분기 접종 계획에서 제외된 30세 미만 대상자는 약 64만명이다. 당초 2분기 AZ 백신 접종 대상자 770만명 중 약 8%에 해당한다. 이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대체 접종하기엔 현재 물량이 모자란 상황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3월 말 들어온 100만 회분을 포함해 2분기 도입이 확정된 화이자 백신은 총 729만7000만 회분이다. 하지만 75세 이상 노인 등 2분기 화이자 접종 대상은 총 379만8000명으로 총 759만6000회분의 백신이 필요하다. 이들에 대한 접종을 마치기에도 물량이 부족하다.

접종 스케쥴도 꼬였다. 정부는 접종 속도를 높이려 지난 2일 초등학교 1·2학년 교사의 접종 시기를 5월로 한 달 앞당기는 등의 2분기 시행계획을 보완했다. 하지만 30세 미만이 제외돼 2분기 접종 계획을 다시 손봐야 한다. 특히 AZ 백신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수 있다. 해소에도 역점을 둬야 할 처지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2분기 접종계획 대상자 중 30세 미만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기 어려운 만큼 2분기 접종계획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30세 미만을 아예 3분기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30세 미만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치명타가 거의 없는 연령”이라며 “가뜩이나 모자란 2분기 화이자 물량을 대체하기보다 3분기로 미루는 게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늦장 백신’ 수급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감염병 전문가는 “처음부터 백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 여러 물량을 확보해놨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쳤다”며 “현재 대체할 옵션이 없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으로써는 대체할 백신이 없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이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면서 “2분기 때 얀센 백신이 들어온다고 해도 이 역시 AZ 백신처럼 아데노 바이러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혈전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화이자, 모더나 추가 물량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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