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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면 이소미가 미소 짓는다...강풍 속 KLPGA 개막전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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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미. [KLPGA 제공]

이소미. [KLPGA 제공]

한국 프로골프가 시작됐다. 올해 첫 경기는 롯데스카이힐CC 제주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렌터가 여자오픈이었다. 이소미(22)가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쳐 4라운드 합계 6언더파로 우승했다. 지난해 10월 휴엔케어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에 이어 통산 2승이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3라운드에는 강풍이 불어댔고, 최종라운드에도 최고 초속 6m의 바람이 깃대를 흔들어댔다. 이날 언더파를 친 선수는 9명 뿐이었다. 4라운드 합계 언더파는 3명이었다. 경기위원회는 6천370야드이던 전장을 최종 라운드에서는 6천201야드로 줄였는데도 그랬다.

챔피언조에서 1라운드 선두 장하나, 2라운드 선두 이다연, 그리고 3라운드 선두 이소미가 함께 경기했다. 세 선수 모두 집중력이 좋았지만 2타 차 3위로 출발한 장하나의 초반 뚝심이 강했다. 1, 3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이다연과 이소미를 따라잡았다. 이다연은 OB를 내는 바람에 경쟁에서 탈락하고 2파전이 됐다. 이소미가 도망가면 장하나가 쫓아갔다. 13번 홀에서 두 선수는 다시 만났다.

깃대가 강풍에 흔들리고 있다. [KLPGA 제공]

깃대가 강풍에 흔들리고 있다. [KLPGA 제공]

거센 바람 속에서 장하나가 더 뛰어난 샷을 날렸다. 그러나 살짝살짝 홀을 스치는 퍼트가 나와 점수는 줄이지 못했다. 여러 차례 캐디가 바람에 흔들린 장하나의 머리를 잡고 스트로크하는 연습을 했다. 장하나가 자꾸 기회를 놓치자 이소미가 15번 홀 버디를 잡아 도망갔다.

16번 홀이 분수령이었다. 장하나는 티샷을 왼쪽, 이소미는 오른쪽 페어웨이에 떨궜다. 장하나 쪽에서는 커다란 벙커가 핀을 가렸다. 벙커가 부담돼 길게 쳤고 그린을 살짝 넘어갔다. 그 곳에서 그린은 가파른 내리막이었다. 장하나는 신중하게 칩샷을 했지만 공은 홀을 지나 20m 정도 굴러가 버렸다. 장하나는 이 곳에서 3퍼트로 더블보기를 했다. 이소미와 3타 차로 벌어졌다.

함께 열리고 있는 남자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15번 홀의 김시우와 비슷했다. 김시우는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벌어진 대회 15번 홀에서 1, 2라운드 내내 그린을 넘겼고 내리막 칩샷에 애를 먹었다. 한 번은 공이 그린을 지나가 물에 빠졌고, 한 번은 그린 끝 프린지까지 가는 바람에 화가 나서 땅을 찍었다가 퍼터가 망가져 이후 우드로 퍼트를 했다.

이소미는 투어 3년 차다. 지난해까지 5차례나 선두로 출발했다가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 영암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휴엔케어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했다. 당시 강한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우승했는데 이번 대회도 그렇다.

이소미는 “바람 불면 나도 힘들다. 그러나 나는 바람을 이기려하기 보다는 바람에 순응하고 활용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또 주변을 생각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려 했다. 3번 홀에서 내가 보기하고 다른 선수들이 버디를 했는데 사실 내 자신에 집중하느라 언니들 신경 못 써 버디 한 줄도 몰랐다”고 할 정도였다.

이소미는 또 “첫 번째 우승할 때는 매우 긴장하고 위험을 회피했는데 동계훈련에서 한연희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내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후 비교적 여유 있게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희경 해설위원은 “이소미는 지난 시즌 그린적중률이 3위다. 퍼트가 좋아진다면 훨씬 더 뛰어난 성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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