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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1주전부터 살인 계획했다 "가족도 죽이겠다고 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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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태현(25)은 피해자 A씨(큰딸)를 살해하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김태현은 범행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A씨의 가족 모두를 죽일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김태현, 고의성 가지고 세 모녀 모두 살해

9일 서울 노원경찰서는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을 살인·절도·주거침입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오전 9시에 수감돼있던 서울 도봉경찰서를 나서 취재진 앞에 선 김태현은 “유가족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태현을 송치한 후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김태현은 범행(지난달 23일) 일주일 전부터 큰딸을 살해할 결심을 가지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왔다”며 “범행 당일에도 고의성을 가지고 세 모녀를 모두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태현은 살해 방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온라인게임에서 닉네임을 바꾼 채 A씨에게 말을 걸어 범행 당일 A씨의 근무 일정을 파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큰딸과 직접 3번 만나, 마지막 모임에서 말다툼

경찰 수사 결과 김태현이 A씨를 직접 만난 건 총 세 번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한 온라인게임 채팅방을 통해서 A씨를 알게 된 김태현은 같은 해 11월부터 카카오톡 등을 통해 A씨와 개인적으로 연락을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월 초 서울 강북구의 한 PC방에서 김태현은 A씨와 단둘이 만나 같이 게임을 했다”며 “이후에 한 차례 더 만나고 지난 1월 23일에는 김태현과 A씨를 함께 알고 있는 게임 이용자 2명과 함께 총 4명이 저녁 식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말다툼이 있었고 다음 날부터 A씨가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김태현의 연락을 받지 않자 스토킹이 시작됐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큰딸이 더는 찾아오지 말라며 연락처를 바꾼 이후에도 김태현은 연락을 시도하고 집을 찾아갔다”며 “(김태현의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살해 동기, “연락받지 않아 배신감 느껴”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독자 제공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독자 제공

김태현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김태현의 일방적인 진술임을 고려해 달라”며 “A씨가 연락을 받지 않고 만나려 하지 않자 김태현은 화가 나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껴 살해를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은 A씨와의 말다툼이 있고 하루 뒤인 지난 1월 24일에 A씨 집 근처를 찾아 늦은 시간까지 배회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태현은 A씨에 대해 연인 관계를 언급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태현은 A씨와 게임을 하면서 마음이 잘 맞았다고 느꼈으며,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여자친구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호감의 표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가족 모두 죽일 수 있다 생각으로 범행 결심

세 모녀를 모두 살해한 것이 우발적인 범죄였는지에 대해 경찰은 김태현이 고의성을 가진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태현은 A씨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며 “범행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으나 큰딸을 살해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거지로 향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김태현은 자신을 퀵서비스 기사로 속이고 A씨의 집에 들어가 A씨의 여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A씨를 연이어 살해했다.

다만 경찰은 김태현이 완전범죄를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김태현은 범행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할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며 “가방 속에서 운동복 하의가 발견됐지만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사 결과 김태현은 범행 후 A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신과 A씨가 공통으로 알았던 사람들의 연락처와 SNS(소셜미디어) 친구목록 등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넘겨받은 검찰, “철저히 수사”

이날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구속 송치된 김태현에 대해 검찰은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임종필 부장검사)는 “김태현은 인권감독관, 주임검사의 면담을 거친 후 동부구치소에 입감 예정”이라며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안인 만큼 기소 후 간략한 수사결과를 언론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 등 피해자를 위해 긴급 장례비 1200만원을 지급하는 등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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