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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4‧7 참패, 공수처는 삐거덕…'검수완박' 동력 사라지나

중앙일보

입력

4‧7 재보궐 선거가 야당의 완승으로 끝나며 여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동력이 급속히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 완패의 주요인 중 하나로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해 아예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려 한다는 '불공정'에 대한 반발도 꼽히고 있어서다. 8일 '검수완박'을 추진해온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노웅래, “선거 나쁜 결과면 대대적 쇄신 필요”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번 4‧7 선거 결과에 따라 검찰개혁 시즌2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부터 시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은 대폭 축소됐다.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한해서만 수사가 가능하게 됐다. 여기에 여당은 한발 더 나아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통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 신설을 추진했다.

'중수청 추진' 현 여당 지도부 8일 총사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 한 방송에서 “(여당이 승리한다면) 후반기 개혁 동력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검찰개혁이나 사법개혁 같은 것이 그렇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어 “만약에 이번 선거에서 나쁜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수완박’을 강하게 반발하며 사퇴해 여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가 주춤한 상황에서 이번 선거 결과로 추진 동력은 더욱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참패한 배경에 검찰개혁에 따른 정권과 검찰의 대치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선거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을 피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8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8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수사권 개혁 상징 공수처는 ‘삐걱’

오히려 4‧7 재보선 결과는 검찰의 수사권 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더 부각하게 됐다.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끼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관련 수사에서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대상이 아니다”라며 경찰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경찰 국가수사본부 주도의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서 가시적인 수사 성과를 내놓지 못하자 뒤늦게 검찰 힘을 빌리려는 모양새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상징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하기도 전에 삐거덕거리고 있다는 점도 검찰개혁 동력 약화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공수처는 최근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에 대한 ‘황제 조사’ 의혹 등으로 수사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있다.

[손혜원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손혜원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손혜원 “살길은 ‘검수완박’뿐”에 박범계 "답변 곤란"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요 개혁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결과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다는 시각이다.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살길은 오로지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뿐”이라고 썼다.

법조계에서는 여권 강경파의 주장은 민심을 잘못 읽은 거란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이번 선거는 민생 문제는 도외시한 채 무리한 검찰개혁을 밀어붙인 여당에 대한 민심의 반발이 반영된 것”이라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여러 부작용이 드러난만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범계 장관은 검찰개혁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제가 답하기는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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