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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규원 질문이 윤중천 답 둔갑…尹별장접대 오보 전말

중앙일보

입력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왼쪽)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왼쪽)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연합뉴스

검찰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별장 접대’ 오보의 근거가 됐던 건설업자 윤중천 면담 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된 경위를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가 물었던 질문이 마치 윤중천씨가 답변한 것처럼 바꿔서 보고서에 적었다는 것이다.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김학의 사건’ 재조사를 맡은 이규원 검사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김 전 차관을 접대한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6차례 만나면서 작성한 면담 보고서 초안과 중간 수정안, 최종안, 원본 녹취파일 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검찰은 윤중천 면담보고서에 “윤석열 검사장은 A의 소개로 알고 지냈는데, 원주 별장에 온 적이 있는 것도 같다. A가 검찰 인맥이 좋아 검사들을 많이 소개해 주었다”라고 적은 문구가 이규원 검사의 질문이 윤중천씨의 진술처럼 적히는 형태로 왜곡됐음을 파악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규원 검사가 이 부분을 단독으로 작성한 것이라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러한 보고서가 작성된 시점은 이 검사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선임행정관)과 윤중천 면담 전후로 여러 차례 통화한 시점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비서관은 사법연수원 36기 동기이자 이후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이 검사와, 이광철 비서관은 이날 중앙일보의 수차례 전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시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시스

왜곡된 이 문구가 포함된 윤중천 보고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한창이던 2019년 10월 11일 자 한겨레신문의 “윤석열도 윤중천씨로부터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1면 머리기사 오보로 이어졌다. 한겨레신문은 당시 "조사단이 윤 총장이 윤씨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냈고 보고서를 작성해 검찰에 넘겼으나 기초 사실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덮었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해당 기자 등을 고소했고, 한겨레신문이 7개월 만인 지난해 5월 “부정확한 보도를 사과드린다”며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하자 고소를 취소했다. 신문은 정정보도에서 "윤중천씨의 발언이 과거사위 보고서에 짧게 언급됐다는 것 외에 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상조사단이 윤석열을 추적한 건 윤중천씨와 면담 때만이 아니었다. 면담 이후 윤중천씨의 다이어리에서 윤 전 총장과 이름이 비슷한 '윤OO'이라고 적힌 인물을 뒤늦게 발견하곤 골프장 내방객 명부까지 조사해 전혀 다른 제3자임을 확인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고 한다.

이규원팀으로 재배당된 뒤, 보고서 통째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검찰은 2018년 11월쯤 ‘김학의 사건’이 당초 대검 진상조사단 5팀에서 이규원 검사가 소속된 신설 8팀으로 재배당된 경위도 살펴보고 있다.
5팀 단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사실상 강제로 사건을 빼앗기면서 일부 단원이 사퇴하는 등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5팀이 이미 다수의 검사를 상대로 대면·서면 조사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검사들을 단 한 차례도 소환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오보가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5팀 보고서의 초안에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성폭행 혐의로 형사처벌은 어려우며 ▶김 전 차관 수사를 가로막으려는 검찰 내 외압은 없었다는 잠정 결론과 함께 ▶8팀이 추가한 한상대‧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등의 이름 역시 전혀 거론되지 않은 것도 확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5팀 소속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및 변호사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재배당된 8팀 소속 검사, 변호사, 교수 등도 여러 차례 소환하는 등의 조사를 벌였다.

검찰 칼끝, ‘버닝썬’ 덮으려 ‘김학의’ 키웠나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8팀의 무리한 재조사는 수원지검 수사팀(부장 이정섭)이 수사 중인 김 전 차관의 불법 긴급출국금지(출금) 의혹과도 맞닿아있다.
이 검사가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는 것까지 무릅쓰고 김 전 차관을 출금하게 된 것은 결국 진상규명보다는 문재인 정권의 악재(惡材)였던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장자연씨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그리고 클럽 버닝썬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고 검찰과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장자연씨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그리고 클럽 버닝썬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고 검찰과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제공

이에 검찰은 당초 이규원 검사가 대검의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 추천 명단에도 없다가 갑자기 진입하는 과정에 ‘연결고리’로 이광철 청와대 비서관 등 윗선이 개입하는 등 기획 사정을 지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광철 비서관은 특히 민정비서관실에서 함께 근무했고, 가수 승리 등에게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규근 전 총경과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부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대화를 나눈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오는 4‧7 보궐선거 이후 윤규근 전 총경, 이광철 비서관 등 을 순차적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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