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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별명은 김정은"…백신 선방에도 위기 맞은 네타냐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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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부패 혐의 등을 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예루살렘 법원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부패 혐의 등을 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예루살렘 법원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5일(현지시간) 피고인 자격으로 다시 법정에 섰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선제적 대응에 성공했지만, 총선에서 확실한 재집권 발판을 마련하지 못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다.

일간 하레츠 등 현지언론은 지난달 23일 치러진 총선 탓에 미뤄졌던 네타냐후 총리의 부패 혐의 관련 재판이 이날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예루살렘 법원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몇 년간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현지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 등과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막후 거래를 통해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 전 열렸던 공판에선 무죄를 주장해왔지만, 이날은 변호사를 대동한 채 나타났다가 첫 증인 신문이 시작되기 전 돌아갔다. 이스라엘 검찰은 네타냐후 총리의 수뢰·배임·사기 혐의에 대해 증인 신문(訊問)을 시작했다. 리아트벤아리 검사는 "네타냐후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일부 언론에 불법적인 이익을 줌으로써 (총리) 개인의 이익을 옹호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포털 사이트 왈라의 일란 예수아 전 CEO가 첫 증인으로 나섰다. 통신업체인 베제크가 운영하는 왈라는 뉴스와 검색·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수아는 "총리와 왈라의 오너(샤울 엘리노비치)로부터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네타냐후에 대한 기사를 우호적으로 쓰거나 정적을 공격하라는 청탁을 받았다"며 "누군가에게 지배당한다는 느낌 때문에 에디터와 나는 네타냐후 총리를 '김정은'(Kim,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불렀다"고 주장했다.

피고로 출석해 이를 듣고 있던 샤울 엘리노비치의 부인 이리스는 예수아를 향해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는지 보자"고 받아쳤다.

한편 네타냐후는 코로나19 백신의 성공적인 접종에도 지난달 23일 치러진 총선에서 재집권을 보장할 수 있는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그가 이끄는 우파성향의 리쿠드당 의석은 전보다 6석 줄어든 30석을 확보해, 우파정당만으로 의회(크네세트)의 총 120개 의석 중 과반(61석)을 채우기 어려워졌다. 네타냐후의 재집권·실각 여부는 극우성향 정당 '야미나'(Yamina·7석), 아랍계 정당 '통합 아랍 리스트'(UAL·4석) 등과 연립정부 구성을 성사시키는지에 달렸다.

한편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새 연립정부를 이끌 총리 후보 지명을 위해 원내 진출 주요 정당 대표 면담을 시작했다. 총리 후보 지명자는 42일 이내에 다른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을 논의하고, 과반 의석의 연정이 구성되면 총리직에 오른다. 현재까진 과반 의석을 구성한 정당이 없는 상태다.

현지 언론 예루살렘포스트는 "네타냐후에게 총리 욕심을 버리게 하고, 상징적 국가원수인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방향도 리쿠드당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야미나 등을 우파 연정에 끌어들이고, 대통령 불체포 특권 등을 활용해 네타냐후에 대한 재판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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