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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 갈비뼈 골절, 윤미향은 가족에도 안 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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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길원옥 할머니는 2017년 12월 1일 독일 베를린을 찾아 난민 여성을 위한 인권단체에 나비기금을 전달했다. 길 할머니 오른편엔 당시 정대협 상임대표이던 윤미향 의원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뉴스

길원옥 할머니는 2017년 12월 1일 독일 베를린을 찾아 난민 여성을 위한 인권단체에 나비기금을 전달했다. 길 할머니 오른편엔 당시 정대협 상임대표이던 윤미향 의원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뉴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상임대표로 활동하던 시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갈비뼈 골절 사실을 할머니의 가족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길 할머니 가족 측은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머니가 4년 전 윤미향 당시 상임대표와 독일을 다녀온 직후 갈비뼈 골절로 병원을 찾은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씨는 "지난 2월 어머니가 어디에 부딪혀서 통증을 호소하시기에 병원을 모시고 가니 의사가 예전에 갈비뼈가 부러져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길원옥 할머니의 의료급여내역. 2017년 12월 8~9일 늑골 골절 관련 내역이 적혀 있다. 길 할머니 가족 측 제공

길원옥 할머니의 의료급여내역. 2017년 12월 8~9일 늑골 골절 관련 내역이 적혀 있다. 길 할머니 가족 측 제공

4년 전 독일서 귀국 직후 골절로 입원  

의료 내역에 따르면 길 할머니는 유럽에서 입국한 다음 날인 2017년 12월 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진료 내역에는 '늑골의 염좌 및 긴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길 할머니는 다음날(9일)엔 종로구에 있는 대형 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에서 '4개 또는 그 이상의 늑골을 침범한 다발골절' 진단을 받았다. 가족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길 할머니는 이 병원에 입원했고 12월 12일에는 같은 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온다.

당시 길 할머니의 입국을 확인한 양아들 황모씨가 "어머니를 뵈러 가겠다"고 했으나 윤 상임대표 측은 "여독이 있으실 테니 일주일 후에 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길 할머니는 유럽연합(EU) 의회의 위안부 문제 해결 요구 결의안 채택 10주년을 맞아 2017년 11월 30일부터 12월 7일까지 일주일 일정으로 유럽을 방문했다. 독일 베를린 행사에서 길 할머니는 참석자들의 요청에 따라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며느리 조씨는 "그들(정대협)은 '활동'이라고 했지만, 어머니가 온전한 정신(치매)도 아닌 상태에서 기저귀를 채워서 모시고 다닌 것"이라며 "(윤 의원이) '죄송합니다' 한마디라도 하면 되는데 그 한마디를 안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앞서 지난 3일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윤 의원이 2017년 말 길 할머니의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유럽을 데리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다만 가족들이 공개한 자료만으론 길 할머니의 골절 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길원옥 할머니의 출입국 내역. 길 할머니는 2017년 11월 30일 출국해 12월 7일 입국했다. 길 할머니 가족 측 제공

길원옥 할머니의 출입국 내역. 길 할머니는 2017년 11월 30일 출국해 12월 7일 입국했다. 길 할머니 가족 측 제공

윤 의원 측 "그런 일 없던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해 윤미향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다"며 "제가 알기로 그런 일은 없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길 할머니는 위궤양·연하곤란 등을 겪으며 건강이 악화한 상태라고 한다. 며느리 조씨는 "음식물이 입에서 위로 통과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식사를 못 해 환자용 식품으로 연명하고 있다"며 "잘못 하면 코줄을 삽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2012년부터 정대협(현 정의기억연대)이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위안부 피해자 쉼터에서 지내던 길 할머니는 지난해 6월 11일 황씨가 운영하는 인천의 한 교회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황씨 부부는 쉼터를 관리하던 손모(60) 소장이 숨진 뒤 할머니를 직접 부양하겠다는 의사를 정의연 측에 전달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 윤미향 의원 측은 “가슴 통증을 느낀다는 길원옥 할머니의 말씀은 귀국 후에 있었으며 이에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등 할머니의 진단과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윤 의원 또 페이스북에 “길 할머니가 참석한 독일 현지 행사에서 ‘90세에 가수의 꿈을 이룬 자신처럼 희망을 잃지 말아 달라’는 말씀을 하시고는 노래를 부르시기도 했다”며 “길 할머니는 활동가로서 당당히 말씀하고 노래하셨으며 독일 방문 기간에 갈비뼈 골절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나 정황은 없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중앙일보에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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