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스트레스 쌍절곤으로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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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절곤과 장봉(長棒), 글쓰기, 클라리넷과 색소폰 연주…. 한국지멘스 임홍빈(40) 경영정보부 부장의 취미다. 임 부장은 2000년부터 취미 생활에 빠졌다. 직장일에만 몰두하다 문득 '마음 한구석에 숨어있는 또 다른 나'를 찾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것이 쌍절곤이었다. 영화를 보다 배우가 휘두르는 모습에 매료돼 쌍절곤과 리샤오룽(李小龍) 주연의 비디오를 구해 혼자 연습했다. 1년 반쯤 지나 더 이상 쌍절곤 솜씨에 발전이 없겠다 싶어지자 장봉으로 취미를 바꿨다. 그런 식으로 실력 향상의 한계에 부닥치면 새로운 취미를 찾아 지금처럼 여러 취미를 갖게 됐다.

임 부장은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면 거기에 완전히 몰입했다. 색소폰 연습을 매일 네 시간씩 하다가 입술이 터져 피가 났을 정도다. 그는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 성취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하기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취미 개발을 통해 도전 의식을 키운다는 것이다. 임 부장은 "지금 중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아버지가 마음먹은 것은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새 취미를 택하면 악착같이 매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에피소드도 많다. 집에서 쌍절곤을 연습하던 시절, 서툰 솜씨로 휘두르다 자신의 팔꿈치를 때렸는데 어찌나 아팠던지 10분 동안 비명을 지르며 방바닥을 구르기도 했다. 그는 전산 담당이어서 회사 컴퓨터실 안에서 쌍절곤을 돌리기도 했다. 소리 때문에 이웃에 피해를 줄까봐 집(서울 목동 아파트) 근처 안양천 변에서 별빛을 벗삼아 색소폰을 불기도 했다. 취미를 개발하게 된 데는 부친의 영향도 있었다. 미대 출신인 부친은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붓을 들었고, 은퇴한 뒤에는 전시회를 열었다. 부친의 모습을 보며 임 부장도 뭔가 준 프로급의 취미를 갖고 싶었다고 한다.

임 부장은 "한 가지 취미에 몰두하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집중력도 높아져 업무 능력을 향상시킨다"며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방에서 뒹굴지만 말고 취미를 찾아 보라"고 주변에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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