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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남편' 점퍼입은 이원조…'오세훈 민심' 직언하는 송현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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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경동시장을 다녀왔고요. 투표하러 잠시 들렀습니다. 또 동대문에 유세하러 가야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일 오전 11시 40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이원조 변호사는 발걸음이 빨랐다. 그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남편이다. 본인이 한국총괄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디엘에이파이퍼에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2주간의 휴가를 냈다.

지난 1일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유세 중인 이원조 변호사(오른쪽)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변호사가 입은 파란 점퍼에 '박영선 배우자'란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우상호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 1일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유세 중인 이원조 변호사(오른쪽)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변호사가 입은 파란 점퍼에 '박영선 배우자'란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우상호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 변호사의 내조 전략은 발로 뛰는 선거다. 박 후보와는 동선을 달리하며, 서울 곳곳을 찾아다닌다. 새벽 일찍 지하철 개찰구 등 출근길 인사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박영선 배우자’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 투표소 반경 100m 이내에선 선거운동이 금지된 까닭에 이날 투표장엔 점퍼를 벗고 나타났다. 투표소에서 멀찍이 떨어진 장소에서 선거 지원 방식을 물었다.

점퍼에 ‘박영선 배우자’란 문구가 인상적이다.
대한민국에서 제 아내 박영선 모르면 간첩이죠. 근데 저는 그렇지가 않아서, 이렇게 문구를 써놓고 사람들 만날 때도 ‘박영선 남편입니다’라고 한다.
지금까지 어디를 다녔나.
지난달 25일부터 25개 자치구 순회를 시작했고, 거의 다 다녔다. 계속 열심히 다녀야죠. 주로 골목시장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 보니 어떤가.
여론조사랑 바닥 민심은 정말 다르다고 느낀다. 박영선을 지지하는 민심이 정말 느껴진다.
하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데.
오늘(2일) 아침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특혜 의혹이 있는) 내곡동 땅 인근 생태탕 집 주인과 아들이 나와 (2005년 오 후보를 봤다는) 증언을 했다. 저는 그것을 들으면서 ‘아, 이제 동남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남편으로서 박 후보의 장점은 뭔가
우리 박영선 후보님은 정말 정직하고 성실한 아내다. 서울의 미래 비전, 철학이 누구보다 뚜렷한 사람이다.

이 변호사는 박 후보를 언급할 때 항상 ‘우리 박영선’, ‘우리 박 후보님’이란 표현을 썼다. 미국 변호사로 활동하던 1997년에 박영선 당시 MBC LA 특파원을 만나 결혼했다. 아내가 정계에 진출하자 이중국적 중 하나인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아내에게 헌신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부부가 일심동체인 듯 약 1시간 뒤인 이날 오후 박 후보도 남대문 시장 유세에서 “어제부터 적벽대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적벽대전 새바람은 제갈량의 동남풍을 뜻한다.

오세훈 아내 송현옥 교수의 숨은 내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아내인 송현옥 세종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이원조 변호사와 달리 이미 언론에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오 후보가 젊은 시절부터 정치인으로 주목받자 그도 함께 언론의 조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이다 보니 대학생들과 소탈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자주 다뤄지기도 했다. 2018년 10월에는 부부가 함께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족의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당시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딸을 생각하며 눈물을 보여 “딸 바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런 송 교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공개 활동은 최대한 자제하고 숨은 내조를 하고 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송 교수는 정치는 남편에게 맡기고, 자신은 제자들을 위해 본업인 강의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칫 자신이 감염이라도 되면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조심하는 측면이 크다고 한다.

오 후보와 송 교수는 1961년생 동갑내기로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나 고려대 캠퍼스 커플(CC)을 거쳐 1985년 결혼했다. “잉꼬부부”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정치인 아내와는 달리 남편의 정치 활동엔 크게 개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 4월 15일, 21대 총선에 광진구을에 출마한 오세훈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가 부인 송현옥 교수와 함께 서울 광진구 신양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해 4월 15일, 21대 총선에 광진구을에 출마한 오세훈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가 부인 송현옥 교수와 함께 서울 광진구 신양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는 모습. 뉴시스

대외 활동은 자제하는 반면 집안에서의 ‘보이지 않는 내조’에는 열성적이라고 한다. 오 후보와 가까운 인사에 따르면 송 교수는 두 딸과 함께 오 후보에게 많은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대개 여과 없이 생생한 민심을 전달해주는 역할이다. 이 인사는 “참모들은 쓴소리를 하기가 쉽지 않잖나. 오 후보 가족들이 블라인드 앱 등 여러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진짜 민심을 가감 없이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후보의 패션 코디네이터 역할이 송 교수 담당이다.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상황에 맞게 골라주는 일도 그의 몫이다. 송 교수는 3일 오 후보와 함께 사전투표에 나설 예정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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