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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반란 꿈꾸는, '아카라카 선후배' 허훈·박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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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3년 선후배인 프로농구 부산 KT 허훈(왼쪽)과 박지원. 장진영 기자

연세대 3년 선후배인 프로농구 부산 KT 허훈(왼쪽)과 박지원. 장진영 기자

“(박)지원이가 장신 가드거든요. 키가 더 커 보이게 찍어 주세요. 신인상 받게.”

연세대 3년 선후배, 프로서 재회 #잘나가던 지원 주춤, 허훈이 조언 #'지현오빠' 지원 '남매 신인상' 도전 #허훈은 KCC 송교창과 MVP 경쟁

프로농구 부산 KT 허훈(26·1m80㎝)은 팀 후배 박지원(23·1m91㎝)부터 챙겼다. 지난달 30일 수원 올레빅토리움에서 나란히 사진 촬영했는데, 허훈은 후배 띄우기에 나섰다.

둘은 연세대 3년 선후배다. 2017년 대회 3관왕 당시, 허훈이 4학년 박지원이 1학년이었다. 박지원이 작년 11월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KT에 입단해, 3년 만에 프로에서 재회했다. 허훈이 최근 군 입대를 1년 연기하자, 박지원이 “형 서른살 때 저랑 동반입대해요”라고 장난쳤다. 그만큼 가까운 사이다.

박지원은 작년 12월 데뷔 초반 4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가드 허훈과 ‘아카라카(연세대 응원구호) 원투펀치’라 불렸다. 박지원은 1월 내내 부진했지만, 지난달 27일 원주 DB전에서 13점을 넣었다. 박지원은 “훈이 형은 대학 때부터 ‘돈 잘 쓰는 좋은 선배’였다. 집 방향이 같은 형이 차로 데려다 주며 많은 조언을 해준다”고 했다. 허훈은 “나도 신인 시절(2017~18시즌) 몇 경기 잘했다고 프로를 만만하게 봤다가, 팀이 11연패를 당했다. 살아 남기 위해 대학 때보다 훈련을 더했고, 지원이에게 그 때 얘기를 해줬다. 지원이는 적응 단계고 재능과 센스를 갖춰 앞으로 좋아질거라 믿는다”고 했다.

허훈은 신인왕 후보 박지원의 키가 더 크게 보이게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자기는 키가 작게 나와도 괜찮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허훈은 신인왕 후보 박지원의 키가 더 크게 보이게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자기는 키가 작게 나와도 괜찮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박지원은 하은주-하승진에 이어 ‘남매 신인상’에 도전한다. 박지원 여동생인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박지현(21)은 2018~19시즌 신인상을 받았다. 수상자는 기자단 투표로 7일 발표된다.

서울 SK 오재현(34경기 5.9점·1.5어시스트·2.4리바운드)이 박지원(28경기 4.2점·2.1어시스트·2.1리바운드)에 기록은 물론 경쟁에서도 앞선 분위기다. 하지만 허훈은 “SK는 6강 플레이오프(PO)에 떨어졌지 않나. 지원이가 중간에 주춤했지만, 팀의 활력소였고, 경쟁 선수와 기록 차가 크지 않다”고 했다. 허훈은 데뷔 시즌 평균 10.6점으로 개인 기록에 앞서고도 신인상을 평균 7.1점의 안영준(SK)에게 내줬다. 당시 SK는 2위, KT는 꼴찌였고, 팀 성적이 영향을 미쳤다. 허훈은 박지원을 보며 “MVP(최우수선수)는 (송)교창이 주고, 신인상은 너 가져”라며 웃었다.

연세대 3년 선후배인 프로농구 부산 KT 허훈(왼쪽)과 박지원. 장진영 기자

연세대 3년 선후배인 프로농구 부산 KT 허훈(왼쪽)과 박지원. 장진영 기자

허훈은 전주 KCC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끈 고졸 출신 송교창(25)과 MVP를 다툰다. 허훈은 전체 어시스트 1위(7.5개), 국내 선수 득점 1위(15.9점)다. 작년 10월22일 안양 KGC전에서 33점을 몰아쳤고, 2월9일 KGC전에서 프로 최초 20(점)-20(어시스트)을 올렸다. 지난 시즌 MVP 허훈은 이상민·양동근에 이어 2년 연속 MVP 수상에 도전한다.

허훈은 “교창이는 농구를 대하는 자세가 좋고, 농구를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어린 나이에 프로에 와서 누구에게나 본 받을만한 선수가 됐다. 4번(파워포워드)으로 뛰면서도 자기 걸 다 챙겨 먹는다. ‘팀의 기둥’ 같은 선수다. 내가 MVP를 받으면 좋지만 과도하게 집착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착한 교창이가 받더라도 배가 안 아플 것 같다”며 웃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박지원은 “MVP는 팀에 제일 큰 영향을 주는 에이스가 받아야 한다. 많은 팬 분들도 훈이 형을 인정한다. 클러치에서 훈이 형의 ‘하이라이트’가 정말 많다”고 선배를 홍보했다. 그러자 허훈은 “내가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테크니션이긴 하지”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허훈은 코트 밖에서도 농구 홍보에 앞장선다. 지난달 ‘허씨 삼부자’ 허재, 허웅(28·원주 DB)과 출연한 예능 ‘뭉쳐야 쏜다’는 시청률 6.7%를 기록했다. 박지원은 “방송날 훈이 형이 훈련장 TV를 다 켰다. 그래야 시청률 올라간다고. 형 방 안에서 본방 사수했는데, 농구만큼 방송도 잘한다. 나도 언젠가 게스트로 나가고 싶다”며 웃었다. 최근 프로농구 인기상 투표 중간 집계에서 허훈(1만3581표)은 형 허웅(1만8071표)에 이어 2위다.

KT는 다른팀에 비해 외국인 선수가 약하다. KT는 공동 5위(25승26패)로 지난달 31일 6강 PO행을 확정했다. 허훈은 “KT는 지원이처럼 젊고 에너지가 있다. 어차피 우리는 (5~6위로 PO에 올라가) 밑져야 본전이다. 단기전인 만큼 패기 넘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도 “몸을 내던져 팀에 활력소가 되고 싶다. 훈이 형이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내가 옆에서 한발 더 뛰겠다”고 했다.

수원=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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