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기술 어디까지 왔나] "한국 의술 배우자" 발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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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외과)는 뜻밖의 손님을 맞았다. 간이식의 본고장인 독일 하노버대학 간이식팀이 수술을 참관하기 위해 그를 찾은 것이다. 그들이 배워 간 것은 두 사람의 간 일부를 떼내 한 사람에게 이식하는 '듀얼 생체 간 이식'. 1992년 이 교수가 하노버대학에서 간 이식 연수를 받았으니 13년 만에 스승과 제자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처럼 4~5년 전부터 국내 병원을 찾아오는 외국 의사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국내 의료진의 치료기술이 세계적 수준이 된 것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가톨릭대병원 등 대학병원급에 매년 20여 명의 외국 의사가 다녀간다. 다녀가는 의사의 국적도 동남아 등 의료 후진국에서 미국.유럽 등 의료 선진국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연수생 20명 중 미국이 5명, 독일 2명, 영국 1명이었다.

지난달 11일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인 로버트 몽고메리 교수가 동료 의사와 함께 3주 일정으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그는 신장이식 거부반응을 제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석학이다. 몽고메리 교수는 당시 "한국은 생체 간 이식 등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수술 성공률과 생존율이 뛰어나 연수국으로 한국을 택했다"고 말했다.

전문병원을 찾는 외국 의사들도 많다. 대표적인 기관이 척추전문인 우리들병원이다. 미국최소절개척추수술학회 및 영국 왕립의대병원 국제훈련센터로 지정받은 이병원에는 외국 의사들이 매년 20여 명씩 장.단기 연수를 받으러 온다.

코 성형을 특화한 심미안성형외과의 경우엔 동남아 의사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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