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민주당 텃밭을 돌며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였다. 4·7 재·보선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지지층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을 통한 막판 뒤집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세돌과는 기자 때 인터뷰 인연 #호남출신 많은 관악구서 함께 등장 #동작구선 “월 20만원 지원대상 확대” #오세훈 내곡동 땅 의혹 거듭 제기
첫 일정은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였다. 뉴스공장은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정치 편향을 이유로 야당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 왔다. 앞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뉴스공장’ 출연을 거부한 데 이어 “TBS는 교통 상황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친여 방송인인 김어준씨는 이날 박 후보 출연과 별도로 오 후보의 내곡동 땅 경작인 인터뷰 등을 통해 관련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박 후보도 인터뷰에서 “2008년에 이미 그린벨트 해제를 보고받은 정황이 있는 걸로 보인다”며 “측량 현장에 갔느냐고 물었을 때 표정을 보면 ‘아, 이분이 갔었구나’ 이런 확신이 오는 순간이 있었다. 주변 택지는 70%를 보상받았는데, 오 후보 땅 인근은 90%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오후 동작구 집중유세 현장에서도 내곡동 땅 의혹을 거론했다. “처음 문제를 지적했을 때 10년 전 곰탕이라 하더니 심각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BBK 얼렁뚱땅 거짓말하다 선거 며칠 전에 증거물 영상이 나왔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과거 서청원·정몽준 전 의원 등의 지역구였으나 지난해 총선에서 이수진 의원이 나경원 전 의원을 꺾는 등 최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후보는 “동작구는 평균연령이 42세로 젊은 도시”라며 “월 20만원 지원 대상 청년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박 후보는 오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에 대해 “현장 분위기와 여론조사는 많이 다르다. 끝까지 투표 결과를 지켜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저녁 이세돌 전 프로기사와 ‘박영선의 힐링캠프’ 행사도 진행했다. 이 전 기사가 2002년 19세 나이로 국제대회(후지쓰배)에서 처음 우승할 당시, 박 후보는 MBC 기자로 인터뷰한 인연이 있다.
이 전 기사는 지난달 22일 이 같은 인연을 강조하며 유튜브 동영상을 올려 박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이 전 기사는 당시 영상에서 “(박 후보가) 알파고와의 대국 때도 응원을 와주셨고, 한돌(국산 바둑 AI)과의 은퇴 대국 때도 많은 힘이 됐다”며 “정치를 잘 모르지만 박영선 후보의 생각, (이를테면) 디지털 경제와 서울시 대전환 등이 우리 삶과 내 삶을 대전환시켜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이 전 기사는 이날 행사에서도 “상대당 후보가 어떻다 이런 건 전혀 없다. 다만 저는 박영선이 좋아서 이 자리에 서 있다”며 “이젠 서울시장으로서 능력을 발휘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힐링캠프 행사가 진행된 장소는 관악구다. 관악구엔 호남 출신 거주자가 많다. 전남 신안 비금도 출신인 이 전 기사의 등장이 이 지역 막판 지지층 결집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기대가 민주당엔 적지 않다. 실제 정태호(관악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프로야구 김응용 전 해태타이거즈 감독, 김성한 전 기아타이거즈 감독과 함께 다니기도 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선거 마지막에 지지층이 집결하면 반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