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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두달만에 '중졸' 됐는데…조민 19개월만에 조사 시작

중앙일보

입력

2019년 10월 1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방배동 자택을 나서는 모습. 뉴스1

2019년 10월 1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방배동 자택을 나서는 모습. 뉴스1

"더도 말고 정유라(최서원 씨의 딸)처럼만 처리해라"(온라인 기사 댓글 중)

교육부가 지난 24일 부산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자 부산대는 전담팀 구성에 들어갔다. 2019년 8월 조씨 입학 부정 의혹이 제기된지 19개월 만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기자 간담회에서 조씨의 조사가 완료되는 시점에 대해 “다른 사례를 보면 최소 3~4개월, 길면 7~8개월 걸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는 이미 정경심씨 1심 판결에서 입학 스펙 7가지가 모두 허위라고 인정됐는데 교육부와 대학이 늑장을 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혹 제기 두달여만에 입학이 취소된 정유라씨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정유라와 조민, 두 사람에 대한 조치 속도가 이렇게 다른 이유는 뭘까.

정유라 의혹 제기 71일만에 '중졸' 

정유라·조민 부정입학 논란 타임라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유라·조민 부정입학 논란 타임라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정유라 씨는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된 지 약 2달 만에 대학 입학이 취소됐다.

2016년 9월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씨의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했다. 노 의원은 "정 씨가 이화여대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한 시기에 특기자 선발 가능 종목이 기존 11개에서 23개로 늘었다"며 "특정인을 선발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만인 10월 31일, 교육부는 이화여대를 대상으로 한 특별감사에 나섰다. 감사 착수 18일 만인 11월 18일, 교육부는 정 씨 입학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확인했다며 학교 측에 입학 취소를 요구했다. 11월 22일에는 검찰이 부정입학 의혹 수사를 시작했다.

당시 교육부는 이화여대가 입학 취소를 하지 않으면 다음 해 신입생 모집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화여대에 대한 재정지원 사업 축소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화여대 측은 내부 감사를 거쳐 2016년 12월 2일 정 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지 68일 만이었다.

 2017년 10월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2017년 10월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정씨는 고교 입학 취소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가 감사를 시작하기도 전인 2016년 10월 25일에 정 씨가 졸업한 청담고·선화예중·경복초 자체 감사에 들어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 씨의 출신 중·고교가 출결 관리·학교생활기록부 기재·대회 승인 등에서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학사관리를 해온 것을 확인했다”며 “전대미문의 심각한 ‘교육농단’을 바로잡기 위해 졸업 취소까지 가능한지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감사 시작 42일만인 2016년 12월 5일, 정 씨의 고교 졸업을 취소했다. 국감에서 비리 의혹이 제기된지 71일 만에 정 씨의 최종 학력이 '중학교 졸업'으로 바뀐 것이다.

조민은 의혹 제기 19개월동안 '무죄추정'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연합뉴스]

2019년 8월 20일 조 씨가 대한병리학회지에 실린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 만에 검찰이 부산대와 고려대 등 3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교육부와 각 대학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유로 처분을 미뤄왔다. 이후 수사와 재판을 통해 의학 논문 외에도 동양대총장 표창장, KIST 인턴증명서 등이 허위로 드러났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정 씨와 달리 조 씨에 대한 처분이 늦어진 이유가 빠른 검찰 수사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019년 8월 입학과 관련된 보도가 나왔고, 일주일여 만에 검찰이 대학들을 압수수색하고 수사에 들어갔다"며 "감사를 하다가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저희가 감사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씨 사건에 대해 교육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3월 초 뒤늦게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결국 확정 판결 전에도 입학 취소가 가능하다는 검토 결과를 받은 교육부는 의혹 제기 19개월만에야 부산대에 조사를 지시했다.

2016년 정 씨의 고교 입학 취소를 속전속결로 진행한 서울시교육청은 조씨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9일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한영외고를 찾아 조씨가 1저자로 등재된 논문을 생활기록부에서 삭제·정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한영외고에 대한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청년자치기구 청년의힘 대표단이 지난 22일 부산대를 항의 방문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청년자치기구 청년의힘 대표단이 지난 22일 부산대를 항의 방문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또 다시 공을 부산대에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담당자는 "검찰 수사를 이유로 감사도 안 하면서, 대학엔 알아서 조사하라는 꼴"이라며 "결국 교육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를 대학에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30일 부산대를 찾아 조 씨에 대한 빠른 처분을 요구했다. 이날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부산대는 애초 재판 확정 때까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교육부 방침에 따라 입장을 바꿨다"며 "이제라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를 실시해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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