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상·아동친화상 받은 구미, 어쩌다 ‘극단도시’ 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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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기자

경북 구미에서 숨진 3세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다가 유전자(DNA) 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B씨가 지난 17일 구미경찰서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뉴스1]

“산업화 시기 대구·경북 지역의 경제를 이끌었던 구미가 어쩌다 이런 이미지를 얻게 됐는지 씁쓸하기만 합니다.”

‘3세 여아 사망사건’ 전국적 관심 #6살 딸 4층서 던지고 친모 투신도 #2년 전 신생아 시신 주택가서 발견 #“원룸 밀집지역 특화사업 필요” 지적

최근 몇 년 새 강력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경북 구미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자칫 구미가 ‘범죄도시’로 낙인찍히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구미에선 ‘3세 여아 사망사건’뿐 아니라 최근 신생아가 길가에 버려진 채 발견되거나 우울증을 앓던 여성이 자신의 어린 딸을 창밖으로 던지는 사건 등 강력범죄가 빈발했다.

3세 여아 사망사건은 전국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구미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숨진 여아를 빌라에 홀로 버려두고 이사를 간 여성 A씨(22)가 애초 친모로 알려졌지만 경찰 수사 결과 A씨의 모친인 B씨(48)가 친모로 밝혀져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달 24일에는 구미 진평동에서 30대 여성이 6살 난 딸을 원룸 4층에서 떨어뜨린 뒤 자신도 투신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여성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지면서 충격을 줬다.

앞서 2019년 6월에는 구미시 진평동 한 주택가에서 신생아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환경미화원이 스티로폼 박스 안에서 탯줄이 잘리지도 않은 신생아를 발견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여전히 범인을 찾아내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 한때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과의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지만 관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2018년 5월 구미시 봉곡동 한 원룸에서 28세 아버지와 생후 16개월 아들이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된 사건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2019년 11~12월 구미 한 어린이집에서 원생을 불 꺼진 화장실에 가두는 등 보육교사의 학대도 최근 드러났다. 지난 10일 필로폰을 차량에 싣고 경찰과 심야 추격전을 벌인 외국인들이 붙잡히기도 했다.

몇 년 새 강력범죄가 이어지면서 지역 이미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직장인 정민수(45)씨는 “과거 구미는 활기가 넘쳤는데 지금은 대기업도 상당수 떠나고 인구 유출도 심하다”며 “살벌한 강력사건들이 잇따르면서 지역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당혹스러운 건 구미시도 마찬가지다. 2019년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된 구미시는 지난해 아동친화도시 우수 지자체로 뽑혀 장관상을 받았다. 2019년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 최우수상도 수상했다. 안전한 도시 이미지를 위한 노력이 잇단 강력범죄로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구미 지역 강력범죄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구미 지역 범죄발생 건수는 2017년 1만5304건, 2018년 1만2598건, 2019년 1만3156건 등으로 타 지자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중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방화 등) 발생건수는 2017년 193건, 2018년 159건, 2019년 176건이다.

2019년 발생한 강력범죄 건수만 따져보면 구미에서 일어난 강력범죄 176건은 서울(6977건), 부산(1716건), 대구(1095건), 광주(753건) 등 대도시는 물론 경북 경주(111건), 포항(191건) 등 규모가 비슷한 중소도시들과 비교해도 크게 높은 편이 아니다.

구미경실련은 “극단적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원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특화사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