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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동위원소' 로 암세포만 골라 죽인다

중앙일보

입력

유방암에 걸린 환자들은 암세포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 유방 전체를 도려내는 방법을 택한다. 그래도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받는다.

이때 환자들은 정상세포가 일부 죽는 것은 물론 오심.구토 등 극심한 부작용에 시달린다. 방사선이나 항암제가 암세포만 찾을 수 있는 눈이 달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방암뿐 아니라 모든 암 치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인 방사성 동위원소가 암세포를 표적 삼아 추적해 찾아 죽이는 기술이 새로 개발됐다. 이탈리아.미국.영국 등에서는 이미 임파암.유방암 등 일부 암 치료에 활용하고 있으며, 적용할 수 있는 암의 종류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기초 연구가 시작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치료과정은 정상세포를 거의 손상시키지 않을 뿐더러 완치율은 높고, 부작용이 적어 암 치료 분야에 새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몸속에 퍼져 있는 암세포를 구석구석까지 추적해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악성 임파암 중에서도 비호지킨스 임파암은 가장 완치율이 좋지 않은 암으로 꼽힌다. 암 완치율(5년 생존율)이 비호지킨스 악성 임파암은 10%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방사성동위원소 추적 기술을 활용하면 완치율을 평균 4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이미 미국식품의약국(FDA)도 공인한 것이다.

유방암도 유방 전체가 아닌 암에 걸린 부위만 도려내고, 이 기술로 나머지 암세포를 죽이는 방향으로 치료방법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런 기술을 암 환자의 치료에 활용하고 있는 곳은 영국의 암연구소(Cancer Rsearch UK)와 성 바돌로뮤 병원(St. Bartholomew's Hospital), 이탈리아의 IEO(Institute of European Oncology), 미국 듀크대(Duke University) 등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동위원소이용연구부 최선주 박사는 "암이 전이됐어도 방사성 동위원소의 암 추적 기술을 활용하면 몸속에 숨어 있는 미량의 암세포도 찾아 죽일 수 있다"며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암 치료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성 동위원소에 암세포를 추적할 수 있는 '눈'을 어떻게 달아줄까.

항체를 활용한다. 항체는 암 종류별로 다르다. 그 항체는 암이 발병하면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대항군으로 만드는 것으로 100% 암세포를 추적해 달라붙어 싸운다. 여기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이는 것이다. 그러면 항체와 함께 암세포에 달라붙어 방사선을 발산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

항체와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인 주사액은 피가 통하는 곳이면 몸 어느 구석에 숨어 있는 암세포도 놓치지 않는다. 반면 일반 항암제의 경우 암세포에 붙을 수도, 안 붙을 수도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방사선을 제대로 내뿜는 기간(반감기)이 각각 다르다. 요오드(I-131)의 경우 그 기간이 8일이며, 이트륨(Y-90)은 64시간, 아스타틴(At-211)은 7시간 등이다. 요오드 중 I-125는 60일이나 된다. 이런 차이를 이용해 오래된 암이나 치료기간이 오래 필요한 것은 방사선을 더 많이 오랫동안 내뿜을 수 있는 방사성동위원소를 골라 쓴다.

임파암의 예를 들면 임파암에서만 나오는 항원인 CD-20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우리 몸은 이 단백질을 적으로 간주해 맞서 싸울 항체를 만든다. 그 항체에 루티슘이나 이트륨을 붙여 주사하면 임파암세포에 방사성 동위원소가 집중적으로 달라붙어 방사선 공격을 퍼붓는다. 완치율이 크게 높아지는 이유다.

***"암 치료 새 지평…한국은 기초 연구 단계"
원자력연구소 최선주 박사

"방사성 동위원소의 암 추적 기술은 암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술 개발과 제도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최선주(사진) 박사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이용이 암 진단에서부터 암 표적 박멸로까지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암 환자들도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이탈리아 IEO에서 실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 치료 기술을 적용하는 등 관련 기술을 익혀 왔다. 최 박사는 IEO에서 4년 전에 악성 임파암에 걸린 사람이 이 치료 덕에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을 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기초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이며, 정부의 규제도 까다로워 기술 발전이 더디다는 것이다. 현재 최 박사는 이탈리아의 기술 연수를 바탕으로 방사성 동위원소의 암 추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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