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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닝도 작가 의도?" …5억 그림 훼손에 쏟아진 의외의 반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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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그라피티 작가의 5억원대 대형 작품이 20대 남녀에 의해 훼손됐다는 보도 뒤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해프닝조차 작가의 의도 같다”, “훗날 스토리가 생겨 작품값 더 오르는 거 아니냐”는 등이다.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전시 중인 작가 존원(JonOne·58)의 그라피티 작품 'Untitled'(무제)가 20대 남녀에 의해 훼손됐다. 이들은 작품 앞에 놓인 전시용 붓과 물감을 이용해 작품에 가로 80㎝, 세로 150㎝ 크기의 붓 자국을 남겼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존원이 지난 2016년 내한해 작업한 것으로 작품가 5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작품이 훼손되자 전시장 측은 즉각 폐쇄회로(CC)TV를 통해 해당 남녀를 찾아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벽에 낙서가 돼 있고 붓과 페인트가 있다 보니 낙서를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몰 지하 포스트에서 열린 '스트리트 노이즈'(STREET NOISE) 전시회에 전시된 존원의 대형 작품을 관람객이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의 파란 원 부분이 이날 작품에 물감을 뿌려 훼손된 부분.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몰 지하 포스트에서 열린 '스트리트 노이즈'(STREET NOISE) 전시회에 전시된 존원의 대형 작품을 관람객이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의 파란 원 부분이 이날 작품에 물감을 뿌려 훼손된 부분. 연합뉴스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의외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낙서가 기존 작품에 잘 어울린다거나, 작품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 전망하는 등의 반응이다. 작품이 물감을 묻힌 붓을 캔버스에 휘두르는 이른바 ‘액션 페인팅’ 기법을 사용한 만큼, 관람객의 낙서 행위가 작품과 그럴싸하게 어울린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작가의 의도가 바로 이런 것 아니었을까”, “원작자한테 말 안 하면 녹색 페인트가 추가된 지도 모를 듯”, “그림에는 스토리라인이 있어야 비싸지는데 이 정도면 충분한 스토리같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20대 남녀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시된 작품에 손을 대겠다는 생각 자체가 어이없다”, “바닥에 흰색 차단 라인이 있는데 왜 작품을 훼손하나” 등 지적도 제기됐다.

일부는 전시장 측의 관리 책임을 묻기도 했다. “앞에 페인트와 붓을 두니 당연히 참여해도 되는 줄 알았겠지. 주의 문구도 없고 관리자도 없으면 나 같아도 낙서했을 듯”이라면서다.

한편 전시 주최 측은 소송이나 보험처리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작가에게 제의 중이다. 전시장 관계자는 “만일 작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배상은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시장 측은 훼손된 작품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걸어 두기로 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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