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놀랐다…국정 혼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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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원로들은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에 대해 대단히 잘못된 행동이라며 우려했다.

고건(高建)국무총리는 10일 저녁 총리공관에서 각계 원로들을 초청, 재신임 발언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이세중 변호사.송월주 스님.강원용 목사.김수환 추기경.박영숙 한국여성기금이사장.남덕우 전 총리.이현재 전 총리 등 7명이 참석했다.

강원용 목사는 "경박한 결정"이라며 "盧대통령은 처음엔 야당 총재도 만나고 하더니 이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姜목사는 "대통령은 경제와 이라크 파병, 6자회담 정도만 챙기고 나머지는 총리에게 권한을 넘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환 추기경도 "너무 놀랐고 아직도 놀란 상태"라며 "나라가 잘 돼야 할텐데 큰 일"이라고 현 시국에 대해 우려했다.

남덕우 전 총리는 "적절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총리가 리더십을 갖고 내각을 잘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송월주 스님도 "정부와 국회의 협력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宋스님은 부안 원전센터 부지 선정 문제와 관련해 "현지 민심을 보니 밑에 흐름도 있고 위의 흐름도 있더라. 민심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숙 이사장은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해야 하는데 어떤 심정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며 "대통령이 참담한 심정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했었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한결같이 재신임 결과는 물론 과정을 둘러싸고 엄청난 국론 분열과 국정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경기 침체.북핵.이라크 파병.부동산 급등 등 많은 난제가 쌓여 있으므로 총리가 내각을 주도해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高총리는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안 문제 대화기구도 정부와 반대위 양측에서 5명씩, 중립인사 3명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정철근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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