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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시효 7년 지난 한명숙 사건, '兩은정'이 감찰시동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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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계기로 지시한 ‘합동 감찰’이 시동을 걸었다.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는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합동감찰을 위한 첫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법무부에서는 감찰담당관실 소속 박진성 부장검사와 장형수 부부장검사가, 대검에서는 허정수 감찰3과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 등이 참석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합동감찰의 향후 역할분담 등 감찰 계획을 주로 논의했다.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대검 감찰부의 감찰 진행 경과도 확인했다. 이들은 한 전 총리 사건뿐 아니라 다른 직접수사 사례들도 분석해 ‘성공한 직접수사와 실패한 직접수사’의 개념을 정립하고 이에 따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 지시에 따라 감찰 참여자들 전원으로부터 보안 각서를 제출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유지될 수 있게 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수사받는 ‘兩은정’의 ‘셀프감찰’논란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뉴스원·연합뉴스]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뉴스원·연합뉴스]

그러나 ‘양(兩)은정’으로 꼽히는 박은정 담당관과 임은정 연구관이 실무를 이끈다는 점은 논란거리다. 친정부 성향으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 데다, 연이은 고발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박 담당관은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윤 전 총장 징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탈‧위법 논란(직권남용‧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발됐다. 부하 검사가 ‘윤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감찰 보고서를 작성하자 그 부분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과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감찰 용도로 서울중앙지검 ‘채널A 수사팀’에서 받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윤 전 총장 감찰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1부(부장 김재하)가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임 연구관 역시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 불기소 처분 과정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고발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김형수)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안팎의 우려에 대해 박 장관은 출근길에서 “임 연구관이 홀로 감찰하는 게 아니다. 이해 상충 부분이 있다면 자체적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관은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감찰하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글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분들이 워낙 많아 알려진 사실에 대해 정리하는 것조차도 공무상 비밀누설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한명숙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징계시효 7년 지난 감찰…박범계 “문화 개선”

박 장관은 이날 “누군가를 벌주거나 징계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수사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이번 건을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연결 짓는데, 그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 내에서는 “결국 검찰을 망신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실제 징계나 처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감찰이나 수사가 가능한가”라며 “징계시효(3년)가 7년이 지나서 징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감찰’이라는 수단과 ‘수사 관행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검찰 조직을 옭아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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