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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청와대 1기 '재취업 잔치'···홍장표도 곧 낙하산 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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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1일 오후 청와대 참모진과 오찬을 함께한 뒤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조국 민정수석, 권혁기 춘추관장, 문 대통령, 이정도 총무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1일 오후 청와대 참모진과 오찬을 함께한 뒤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조국 민정수석, 권혁기 춘추관장, 문 대통령, 이정도 총무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김성룡 기자

신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추천하기 위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회의가 25일 열렸다. 3배수로 압축된 원장 후보에는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포함됐다. KDI 안팎의 예상대로 홍 전 수석이 차기 원장으로 낙점되면 앞으로 3년 동안 국가 경제 정책 수립과 경제 발전을 위한 연구 수행의 총책임자로 역할하게 된다.

소주성 주도 홍장표, KDI 원장 유력 #정해구는 국책연구소 이사장 맡아 #야당 “무능 정책 책임자들 또 중용”

홍장표 전 경제수석, 차기 KDI 원장 3배수 후보군에 포함 

홍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주창한 인물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도 맡았다. 그의 상관 격이던 정해구 전 정책기획위원장은 지난 5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됐다. 연구회는 경제·인문사회 분야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KDI 원장 선임에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가 관여한다. 결과적으로 정책기획위에서 손발을 맞춘 위원장(정해구)이 산하 위원장(홍장표)을 선발하는 모양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홍 전 수석이 KDI 원장으로 임명되면 청와대발 ‘낙하산 인사’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 후 첫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국정을 놓고 볼 때 청와대가 머리라고 생각한다면 수석·보좌관회의는 중추라고 볼 수 있다”고 했던 회의 멤버들 상당수가 이미 문재인 정부의 모세혈관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재취업’ 성공한 청와대 1기 주요 참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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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청와대가 머리면 수석·보좌관회의는 중추”

장관급 실장이 이끄는 3실 중 재취업률이 가장 높은 곳은 국가안보실이다. 정의용 초대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거쳐 지난달 8일부터 외교부 장관으로 일하고 있다. 실장 산하의 차관급인 1차장(이상철)과 2차장(남관표)도 모두 다시 중용됐다. 군인 출신인 이상철 전 차장은 2019년 12월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운영하는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에 취임했다. 외교관인 남관표 전 차장은 지난 1월까지 일본 대사를 하다가 귀국했다. 안보실 1기 수뇌부 모두가 재취업했던 셈이다.

국가안보실 1기는 전부 재취업 

정책실의 경우 장하성 초대 실장은 2019년 4월 중국 대사로 취임해 근무 중이다. 그 산하의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은 지난달 8일 한국조폐공사 사장에 취임했고,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KDI 원장 후보군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밑그림을 그린 김수현 초대 사회수석은 정책실장으로 승진해 ‘왕실장’으로 불리다가 임명 7개월만인 2019년 6월 교체됐다.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을 거쳐 지난 1월 1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이 됐다.

2018년 9월 6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현판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당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18년 9월 6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현판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당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정책실 산하 수석급 이상 중 유일하게 재중용이 한 번도 안 된 경우는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이 유일하다. 김 전 보좌관은 “50~60대는 한국에서 할 일이 없다고 산에 가거나 SNS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인도로 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2019년 1월 사표를 썼다. 지금은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복귀했다. 1기 청와대는 아니지만 두 번째 경제수석이었던 윤종원 전 수석은 지난해 1월 IBK기업은행장에 임명돼 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임종석 초대 비서실장 산하의 참모들은 상대적으로 풍파를 겪었다. 3선 의원 출신의 전병헌 전 정무수석은 2017년 11월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청와대를 떠났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2019년 9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이 검찰 수사로 이어지면서 35일만에 사퇴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돌아갔다. 그와 부인 정경심 교수는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은 지난해 4·15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서울 중·성동을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이 지역이 전략지역으로 묶이면서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반면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경기 성남 중원에서 금배지를 달아 국회에 입성했다. 조현옥 전 인사수석은 지난해 11월 독일 대사로 부임해 비서실 멤버 중 비교적 무난한 길을 걸었다. 그러나 대사 임명 직전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 2채를 매입해 3주택자가 된 게 최근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특보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취임 

정해구 전 정책기획위원장처럼 대통령 직속 인사도 자리를 얻었다. 문정인 전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지난달 12일 세종연구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세종연구소는 1983년 버마(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 때 순직한 외교관 유가족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 과정에서 창립됐다. 평화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전문 연구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돼 이듬해 7월 재단법인 형태의 연구소가 출범했다.

청와대 참모진이 대거 공공기관이나 정부 입김이 강한 곳으로 이동하자 야권에선 비판이 나온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능력이 아닌 무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거듭해서 다시 쓰고 있다”며 “무능한 정책으로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든 사람들이 자기 일자리는 잘 챙기는 모습을 보면 국민의 마음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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